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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원장의 살림토크

살림이란 살리라는 명사입니다.(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2015. 산티아고,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다. - 최명숙원장
관리자
조회수 : 7942017.09.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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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30 화, 23th
바르바델라ᆢ ᆢ ᆢ페레이로스(8.9km)

부엔 까미노!

새벽 세시에 한국에서 전화다.
모르는 번호다. 그냥 받지 않기로 한다.
맘에 걸린다.
일어나 급하시면 짧게 여러번 문자나 카톡으로하라고 문자 날린다.
별반응이 없다.
잠만 깼다.

그런데 왜 이것이 소리로 되어 있지?
부들부들 떨리는 모드로 당장 바꾼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공동 도미토리의 한계다.

여러군데에서 코고는 소리에 잠이 자주 깼다.
나는 이를 가는 것으로 통쾌한 복수를 했을 것이다.
이를 가는 것은 나의 분노의 무의식적 발현일까?
나도 몰라, 내가 왜 이를 가는지.

문열고 나가보니 아직도 여명이다.
해가 오르기 전의 여명.
누군가 daybreak라고 했다.
하늘의 별들도 점차 사라져가고 해가 산등성이 위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바라보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고향을 떠나온 지도 벌써 한달, 오늘이 유월의 마지막날이다.

날마다 해가 떠오르고 져가고...
날마다 만나고 헤어지고 ...

7시가 되자 모두들 떠나고 하얀수염할아버지와 우리뿐이다.
아침 발화장(?)하는데 이젠 이력이붙어 오분이면 오케이다.

처음에는 여기서 찾고 저기서 찾고 약 찾으랴 붕대에 양말 두개까지 한가지 한가지씩 찾고 했으니 늦어 터질수밖에...

지금은 한군데 모아 놓고, 착착 순서대로 밴드붙이고, 안티푸라민바르고,양말신고 , 발목브레이스 신고,그 위에 탄력붕대 감고, 다시 양말하나 더 신으면 된다.

아! 일어나자 마자 약을 먹어야한디,
다 준비하고 일어나니 약 생각이다.

약을 잊어버린 것이 몸이 더 좋아졌나?
아~~ 이생각은 무지 무지한 착각이었다.
그뒤 한시간을 바로 오르막길로 가는데 정말 아팠다.

국악미사곡으로 마취가 안된다. 어쩐다냐?
진퇴양난이다.
거꾸로 갈수도 없고 안갈수도 없고, 주저 앉을 정도는 아니고!
왼발을 다 딪어보기도하고 안쪽만 비틀어 걸어보기도하고
바깥쪽만 닿아 걸어보기도하고
정말 눈물이 나올라고 한다.
그런데도 몸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기한 놈!

`삶은 살아야 할 신비이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딱 이 상황에 맞는 말인것 같다

어제 책에서 보았던 1987년 메주고리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해본다

주님의 기도 일곱번,
성모송 일곱번
영광송 일곱번 이다.

주님의 기도는 노래로 했더니 지나가던 소년이 너무 아름다운 음이라고한다.

우리말로 했으니 이 아이가 주님의 기도인줄 전혀 모르는 상태인데도 확실히 다르긴 다르나보다.

통성으로 하는 기도 만큼이나 마음이 경건해지고 몸상태도 적응하는 것 같다.

한 시간반을 걸으니 거의 걸을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덩달아 기분도 많이 좋아졌다.
먼저 간 티나가 바앞에서 멈추어 주어 모닝커피와 바나나 두개를 사주어었다.
맛있게 먹으니 더 힘이 난다.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노래부르며 간다.
오늘을 동네 길인데 마치 제주에 올레길을 걷는 것 같다.
돌담을 쌓아 둔 마을 길하며, 소들이 누워서 풀을 뜯고 있고 멀리 크고 작은 마을들이 산등성이에 걸쳐 있다

소들도 시에스타 시간에 맞춰서 다 지들 집으로 들어간다.
앞에서 몰지 않아도 어떻게 저렇게 줄지어 지들 집으로 들어가는 지,
물론 개한마리와 마지막에 할머니께서 몰고 오긴 한 것이지만 그들을 말없이 뒤에 따라오고 있었을 뿐.

잠시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씨를 생각했다.
그녀도 아마 이런 길에서 자기 고향길을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후 자기고향 제주에 노란 화살표를 그린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고 그후 우리나라에는 지자체마다 마실길, 둘레길, 옛길들이 생겨났다.

참 대단한 민족, 백의 민족 한국인.
산티아고 길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걷고 있다.

다만 이제 종반부에 오면서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고 말도 없어지는것같다.
지쳐서 일수도 있고 내면에 들어가 있을수도 있고...
나도 오늘부터는 소침묵으로 들어간다.

도중에 산타아고100km 도로표지판를 보았다.
반가움보다도 의문이 앞선다
이발로 백킬로를 더 걸어가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왜 걷고 있지?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동부 프랑스에 있는 자기집부터 700km를 걸어왔다는 70 세 할머니를 만났다.

내가 할매는 왜 왔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자꾸 나한테 물어 보는데,
나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 길을 걷는 도중에 찾게될거라고들 이야기하는데 자기는 아직 모르겠다.
이번 산티아고 길을 마치면 집주위의 길들도 이쁘고 아름다우니 동네 친구들과 슬슬 다녀야겠다 고한다.

선그라스를 써서 눈빛을 보지는 못 했지만 초롱한 눈을 가졌을 것 같았다.

전직 임상병리사였다는 할머니 말을 다 들어주었더니 삼십분이 홀랑 넘어가버렸다.
가야 할길이 산더미인디 ...

그래도 살살 가봐야제, 길을 가는데 외발 자전거로 곡예하고 가는 사람도 보이고, 자전거에 검정우산을 거치해 해를 가리는 애도 보이고,
고등학생들이 집단으로 하이킹 와서 재잘거리는 것을 들으며,
나는 침묵속에서 머리 숙이고 안에서 계속 카운팅하면서 걷는다.

구르지예프 신성무를 출때
풀라님이 내리 세시간을 계속 춤추게 했을때의 불나는 다리를 참으며 끊임없이 카운팅을 했던 기억이 올라왔다.

지금은 제 2의 에너지가 나와야 할 시간이다.
온몸이 땀범벅이되고 발바닥은 불이나고 부은 다리는 디딜때마다 고통이지만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 드디어 페레이로스에 도착했다.

근데 티나의 표정이 안좋다.
반가워해야하는데 보이스톡하는 표정이 영 아니고 되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신경질적 반응이라니,
좀 울컥한 마음이 들었지만 먼가 사정이 있으려니 ...

내가 먼저가서 되도록이면 성당근처의 알베르게를 잡으라고 한것이 화근의 하나,
삼십분 할메하고 논 것이 예상밖의 일이어서 늦은 것이 둘.

자기로서는 말도 안통하고 배는 고프고 아직 무니씨팔(공립 알베르게는 대개 1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이 문을 안열어서 잘 모르겠고 나름 말은 안되고 막막했던 것이다.

순간에 서운함도 있었지만 즉시 이해를 하고 알베르게를 잡는 것이 더 문제여서 참아진다.

마침 지나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이 마주 앉아 있어 알베르게 물어보니 바로 오미터 뒤에 있다한다.
아주 작은 알베르게이고 자원봉사자는 뚱뚱한 동네 아주머니인것 같다.

티나는 더위에 졸고 있는 아줌마를 보고 서야 아줌마가 다이어트 산티아고 까미노를 걸어야 겠다고해서 둘이 신나게 웃는다.

알베르게 식당안 커다란 솥단지에 물을 끓여 티나가 타준 커피를 한잔 마시니 마음이 다 녹아버린다.

시에스타를 두시간 즐기고 일어나
어제 다 못쓴 글을 완성하고 나니 벌써 여섯시가 된다.

저녁은 파스타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것과 에그후라이 두개에 베이컨 하나 그리고 녹두콩 스프를 먹었다.

닭을 안먹으니 달걀후라이를 먹게 되는군.ㅎㅎ
그래도 80프로 만족한 식사였다.

다시 알베르게에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데 식당 여종업원이 쓱 들어오더니,
너 페이 잊어버렸나봐 한다.

으잉! 그냥 왔다고 이것이 먼일이다냐?
티나를 깨우니, 맹한 표정으로
오매! 먹고 그냥 잊어불고 왔단다.

먼 창피 사건이다냐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뚱한 아가씨가 괜찮다고 해서 마음이 놓인다.

얼마나 작은 마을인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미숙이도 작은 마을이기는 같아서 와이파이도 안되고 성당코앞 작은 알베르게에서 예수님하고 함께 잔다고 했다.

산티아고에 가까워 올수록 성당 가기가 힘들다 작은 마을이어서 이곳도 일요일에나 성당문을 열고 미사를 한다고 해서 매일미사로 대신했다.

창밖에는 아직 해가 덜 떨어지고
일나간 농부가 트렉터를 몰고 돌아가고 나니,
알베르게안이 정적으로 둘러 쌓여 있다.

이런 정적도 오랫만인것 같다.

내안에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다 나와 버린 것같은 고요함으로
내안이 채워진다.

거룩한 시간이다

거룩함이 모여 드는 이 순간을 기억한다.

주여,

오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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