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25 목요일 18일째
카리온 ㅡㅡㅡㅡㅡ 레온

부엔 까미노!

다들 일찍 일어나 6시가 지나면 알베르게가 완전히 비어 버린다.
우리는 7시까지 늦잠(?)자고 있으니 지킴이 아저씨가 일어나라고 문을 두드린다.
아무튼 8시면 다 비워 주어야하니 서둘러 나간다.

오늘을 나의 다리를 쉬게하기 위해 큰도시인 레온으로 버스타고 가기로했다 .
8시밖에 안되서 밖에는 햇빛이 드는 곳은 따뜻하고 그늘은 춥고 하니 일단은 햇살이 잘 드는 카페에 앉았다.
눈이 보배라고 메뉴에 토마토스파게티가 보인다.
4.5유로로 아~~ 오랫만에 아침밥으로 빵과 커피가 아닌 토마토 스파게티를 따뜻하게 먹는다고 생각하니 급 행복해진다.

두처자는 2유로짜리 아침식사 매우 큰 크로와상 하나와 오렌지쥬스 그리고 커피한잔을 시키고 느긋이 와이파이를 찍어 통신 시작한다

아! 맛있는 토마토 스파게티!

사실 한국에서 거의 일년에 한번도 먹을둥 말둥한 스파게티나 달걀 후라이 그리고 질리게 먹은 닭요리와 환타
생각만해도 야채샐러드외에는 병걸리기 딱 좋은 음식들이다.

하지만 여기는 스페인, 나에게는 선택의 폭이 너무나도 적다.
그래도 아침밥으로 따뜻한 스파게티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게걸스럽게 먹고나서 따뜻한 햇살아래 아침 잠을 늘어지게 자다 뜨거운 햇빛에 덕에 요나처럼 일어났다.

버스는 하루 한번 11시 45분에 온다 하니 아직도 두시간이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페인의 태양은 뜨거운 무기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 온몸이 달구어지는 느낌이 들고 점차 오징어처럼 구워지는 느낌이라니 날짜가 7월에 가까워짐이 바로 느껴진다.

아픈 다리를 태양에 고기굽듯이 돌려가며 구어서 말리고 나름 기도도 선파워로 했다.

`라 에스파냐` 카페 앞에 점차 버스로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모두다 사연이 있는 패잔병들(?)인 것같다.

미국 여자들 두명도 다리 스프레인되어 나처럼
레온으로 가서 쉬다가 다시 걸을 예정이라고 해서 동지감이 크다.

12시 5분 드디어 버스가 와서 무거운 몸을 버스이 실으니, 아니 글세 손자아이랑 같이 온 스웨덴할머니가 떡하니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무릎이 안좋으시다고 했는데 ....

우리는 같이 패잔병이 되어 같은 버스에서 만났다.
내가 약주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하셨건만,
우리는 진짜 우리할마니 만난것처럼 반가워 허깅하고 난리다.

버스를 타니 멀리 지평선이 아직도 아연하고 가끔씩 씩씩하게 걷고 있는 순례자들을 보니 숙연해지기도하고.

No pain
No glory.

그러나
No health
No glory

그러니 쉬면서 가라
천천히 천천히 나중에 와서 다시 해도 된다
충분하다. 요요마야

That`s enough.
All is well.

스스로를 달래고 어루르고 쓰다듬어준다.

2시간을 평야를 가로질러오니 큰 도시 레온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부르고스에서 만나 나에게 탄력붕대를 주고 나는 세개 남은 나의 귀중한 약 셀레브렉스 세개를 드린 독일에서 온 부부중 할아버지만 인사하신다.

할머니는?
다리때문에 독일로 방금 버스타고
프랑크푸르트로 가셨고 할아버지만 계속 걸어 가신다고한다.

아, 나는 어쩐다냐
파마시를 찾아야해 그리고 내가 적어 논 약들과 탄력붕대,다 떨어져버린 안티푸라민과 발목보호대도 찾아 사야지.

베네딕티네스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배정 받고 애들은 우체국으로 물건 찾아 나머지 것들은 다시 산티아고에 있는 한국인 민박 알베르게로 붙이고, 나는 시에스타가 끝나는 다섯시까지 약국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점심도 못먹고 움직였더니 배고프고 덥고 너무나 지친다.
다시 도킹한 우리는 점심으로 버거킹에서 다시 닭날개 튀김을 먹었는데 참 희안하게 맛있었다.

벌써 15일간 매일 한끼는 닭요리를 먹었다.
생각만해도 닭처럼 울것 같은데 버거킹의 갇튀긴 내가 좋아하는 날개,
그것도 점심 굶고 다섯시 십분전에 게걸스럽게 네개의 날개와 네개의 다리를 발라버리는 솜씨라니...
ㅎㅎㅎ

그리고 열린 약국에서 셀레브렉스를 60알 사니
인자 다시 걸을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내가 원하는 모든것을 사고, 만반의 준비 끝이다.

7시에는 성당에 미사가 있어서 갔는데 글라라수도회의 수녀님들이 앞에 검정 옷을 입고 줄지어 앉아 계시고 그레고리안 성가로 미사를 보는데 정말 소리가 아름답고 고요했다.

경건함과 신선함 그리고 편안함과 안정감이 내 주위를 오라처럼 둘러쌓다.

`하느님은 선하신 분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분을 경외하고 섬기나이다`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미사를 집전하셨던 나이드신 신부님께 목걸이를 축성받고 나오는데 한국인 젊은이가 나를 부축하고 아프시니까 천천히 쉬엄쉬엄 가시라고 해준다.

성당에서 본 아이 이다.
착해보이는 아이.
고맙다.
진정성이 있는 말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입구에서 9시30분 순례지들과 모여 축성을 한다기에 기다리고 있는데 순례자들이 늦은 시각에도 계속 들어온다.
그런데 어떤 작은 이태리 아줌마가 당신, 내가 아는 사람이야 너 요요마지?
동영상에서 네가 노래하는것 봤어하면서 너무 방가워한다

순간, 며칠전 조그만 마을에서 만나 아침에 찬양해준 그라지아의 동영상이 스쳐간다.

그라지아! 맞아 근데 그녀는 어디있니?
이태리에 갔어, 나 짐내려 놓고 올께하고 난리다.
이쁜이 그라지아가 그녀에게 자랑했단다.

그리운 그라지아 나와 산티아고에 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로 적었었다.

9시 반 순례자를위한 미팅이 있다고해서 많이 기다렸것만 수녀님이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끼리 찾아갔다가 서앙모임장소는 못찾고 우연히 넓은 프라자까지 왔다
축제가 열리고 노래부르고 춤추고 수많은 사람들이 테라스에 앉아 먹고 마시고 있었다.

대도시라는것이 실감나고 바르셀로나의 한 프라자에 온 듯한 느낌.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벌써 10시가 지나가고 알베르게는 10시반에 문을 닫으니 반드시 그안에 들어가야한다.
학교때 기숙사 생활이 생각난다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오늘 만나 내 손을 잡아 준 젊은이, 유아영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했다

성당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그아이를 보았었다
26세로 수학교육과 사학년 임용고시 준비하려다 휴학하고 잠시 까미노에 왔다고 한다
지난 오월부터 걸어 생장에서 시작, 35일만에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서 피에스트라까지 걷고
다시 반대로사람들이 앞모습이 궁금해서 대성당에서 생장쪽으로 걷고 있다는 야무진 아이이다.
사실 모두가 가는 방향이 산티아고 방향이니 자연히 앞사람의 뒷모습만 볼수밖에...

날마다 태양을 향해 걷고 있는 까만콩이!

성정도 바르고 영혼도 맑고 예의도 바르다.

대성당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지막 5킬로에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 해보았고 삶의 다양함을 느꼈다는 젊은이의 관점이 궁금해졌다.

이런 저런 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까미노가 만들어 낸 성숙함이 고스란히 베어져 있다.

걸으면서 그아이가 느꼈을 많은 상념들이 내맘속에 온전하게 들어왔다.

하우 투 리브에서 더이상 경쟁하거나 타인과 나를 비교하거나, 목표지향적인 레이싱하지 않고, 자기자신을 알고 깨어있는 삶을 살게 되기를 ...
그래서 그아이의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축복한다.

산티아고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성당에 다녀야겠다고해서 우리를 감동시킨 우리의 아영이,
까만콩이가 오늘도 힘차게 걷기를 기원한다.

아영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