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19 12일째
빌로디아 데 리올라ㅡ벨로라도 (8.9km)

부엔 까미노!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히 잠자리에서 빠져 나와 글을 쓰고 있는데 주인집 아줌마가 아주 조용히 부스럭 소리하나 없이 아침준비를 다하고 커피한잔 들고 소파에 앉아 명상하시고 있다.
언젠가 수녀원의 아침기도시간에 대침묵의 기억이 난다
대침묵의 거룩함.
무거움도 가벼움도 없는 거룩함이 거기에 있었다.

7시가 되니 저절로 사람들이 일어나 길을 갈 차비를 한다
나도 짐을 챙기며 찬송가를 흥얼거리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처자, 그라지아가 동영상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래서 본이 아니게 찬양하다

"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때
하늘에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사랑, 우주에 찻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영혼이 찬양하네."

울보쟁이 요요마는 찬양하면서 너무 기뻐 눈물이 난다

너무 감사해서 부끄럼도 없이 울면서 찬양한다
젊은이가 다가와서 둘이 한동안 포옹했다
그녀에게도 신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우리는 또 걷는다
keep going!

오늘은 미숙이 발에 물집이 생겨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미숙이가 갈수 있는 만큼만 가자고 했다
나는 이견없다.
덕분에 오전만 걷고 벨로라도에서 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래, 머할라고 온건데, 우리가 걷는 연습할라고 온 것은 아니잖아

모처럼 미숙이랑 함께 걸으며 살아온 이야기 종알종알, 울다가 웃다가 혼자 원맨쑈를 하다보니 어느새 작은 마을에 알베르게가 나타나고 우리나라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아! 애국심과 자부심이 뭉게 뭉게 올라와서 생미구엘 한잔과 토스트에 에그후라이 한개 먹으니 세상 만사 오케이다.
단순함의 미학.

집떠나온지 20일.
까미노를 걸은지 벌써 11일.
이제 542키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니 발바닥이 간지럽다.
맘속으로 요요마에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요요마야
장하고 훌륭하다
그리고
너 발바닥아
미안하고 고맙다."

처음 만난 알베르게겸 까페에 자동문이 있어서 오랫만에 문명의 테크놀로지에 적응이 안된다.

시간도 너널하고 여유 만땅이니, 아예 양말벗고 차분히 햇살을 맞으며 앉아 있노라니 기분이 최고다.

그늘과 바람이 춥고 햇빛이 나면 따뜻하고 하니
이래서 외국인들이 햇빛을 좋아하구나 이해가 간다
문화와 환경의 차이이다.
그리고 양말신고 출발.
겨우 십분후 벨로라도에 도착하니 11시반밖에 안됐다

지금 멈춘다는것이 몸이 적응을 안하지만 미숙이 발이 쉬어야한다는것을 핑게삼아 늘어지는 마음이라니...

오랫만에 세명만 자는 사설 알베르게 이층에 방을잡았다
공용은 일인당 5유로 삼인실은 일인당 15유로다
우리는 아끼지말고 오랫만에 일층침대에서 우리끼리 삼중주를 맞추자고 했다.

한사람은 이빨 갈고 두사람은 높은 음과 낮은 음으로 화음을 맞추어 코를 골고 가끔 기인 숨으로 간주도 한다.
우리의 화음은 최고 수준일 것이다.

짐풀고 광장으로나가보니 상당히 큰 마을이고 내일은 젊은이들의 페스티발이 열린다고 한다.

멋진 리소토란테에 들어가 일인당 10유로하는 필그리머를 위한 메뉴를 시켰다.
이곳의 모든 메뉴는 일인당 한개이고,
전채요리, 주메뉴, 디저트 순이다

전채요리로 신선한 야채샐러드,토마토 스파게티,에그후라이를 곁들인 라이스를 시키고
주요리는 닭가슴살 구운 것에 고구마튀김 두개와 크로켓튀김과 고구마, 후식은 요쿠르트와 아이스크림.
이것뿐만 아니라 공짜 와인까지 한병이라니 ...

올라!
원더풀!

세명이 대낮에 와서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사진을 찍고 정말 신나게 먹은 후 시에스타시간까지 두시간을 곰처럼 자고 일어나 여고 동창들과 또 카톡질하고 논다.

아, 노는 것이 참 이렇게 좋은 것인다!

날이 맑고 햇살도 좋아 갑자기 빨래 할 생각이나 속도를 내서 해치우고 7시 미사를 갔다.
성당은 알베르게에서 일분거리다
마을마다 중앙에 성당이 있다.
길을 걷다 저어 멀리 성당꼭대기탑이 보이면 그곳은 여지없이 마을이다

이곳의 미사는 30분으로 신부님 강론이 없고 의식만 한다 .
미사중에 여러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내 말투를 부드럽게 하게 해주시라고 반성의 기도를 했다.

좀더 부드럽고 곱게 말하기 연습이 나에게는 필요하다
나의 의도와 달리 상대에게 상처가 될수 있다. 내 탓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 아니라
내가 처음부터 플리스를 해야한다로 마음 먹는다.
모두가 내 탓이다.

미사가 끝난후 순례자들을 위한 축복을 해주셔서 각국의 순례자들이 모인다.

이 성당에서는 13세기부터 전통적으로 이 행사를 했다고 씌여져다.
신부님은 스페인어로 우리는 영어로 읽었다

성 야고보가 이 길을 걸으면서 추구하고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첫째로 우리가 살아오면서 한 여러가지 경험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는것
아하! 그래서 오는 내내 계속 맘속으로 감사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우리의 욕망과 희망에 모티베이션.
예를 들어 용서를 구함 등등 청원하는 기도.

세째는 야고보성인의 말씀처럼
"Be stars on the way and shine"

너무 감동적이어서 또 눈시울이 뜨겁다.
그리고 시편 121장을 함께 읽었다

"나거나 들거나

주님께서

너를 지켜주신다

이제부터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