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17 10일째

벤토사 ᆢᆢᆢ시루에나(25.1km)


부엔 까미노!


나는 정확히 6시에 그레고리안성가가 아침을 깨우는 알베리게에서 일어나 고구마를 찌고있다

이유는 아그들 놀래 줄라고 ...

물을 어느 정도 할 줄 몰라서 잠시 멈춤이 있었는데,

어떤 외국아줌마에게 눈짓하니 오케이단다

아니면 어쩐다냐?

괜히 버려버리면 어떡하냐는 걱정도 조금있지만, 잘 되겠지가 나의 기도이며 희망이다.


음식을 만들면서 생각한건데

나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피딩을 늘 받기만했다

이게 행복한건지 불행한건지

정말 잠시 햇갈리지만,

나의 가장 모자라고 많이 부족한 점의 하나.


많이 받고 살았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되돌려주었다

그래서 공평하다.


언젠가 동일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때 어떤 사람이 내게 물었다.

벗어나니 어떤 변화가 생기드냐고?

생각해보니 그때는 이성과 느낌으로 알았고, 그후로도 많은 시간이 지나,

요번에 길을 걸으며, 몸으로, 발바닥의 고통을 느끼면서 알았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스스로 있는 저 넓은 벌판과 새소리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만물들은 있는 그대로 있는데,

그들은 그저 존재하는데,

그들을 내게 아무것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없이 그저 존재하는데,

내가 만들어낸 아름다움, 추함으로 끊임없이 동일시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했다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그사람을 만나면 적확히 대답할수 있을 것 같다


`동일시에서 벗어나니,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들어지더라.


인생에 더이상의 깨소금이 없어도 삶이 기뻐지더라고... `


오년만에 한가지 화두에서 자유로와졌다


38분이 지났는 디도 고구마는 아직 아니네

칼로 찍어 봤는디

약간 부족한거 같고 ...

이즈음 불을 끄고 뜸들여야하나?


아하~~ 크리스티나가가 일어나면 좋것다.

구원투수처럼 나타나서 나의 이 문제를 해결해주믄 좋을 것인데의 기대와 까짓것 죽는 일도 아닌데 그냥 해봐!

그냥 가자로 결정했다.


담번에는 스파게티에 도전해봐야지!

내 장점 중에 하나가 한번 꽃히면

끝까지 간다다.

내가 요리에 이제껏 관심이 없었을 뿐이고 요리와 피딩의 생존에대한 절박함이 없었다는 것뿐이다.

주님,

제발 요리에는 꽃히지않게 하소서

주고받기의 균형(?)을 위하여...


그래, 나는 잘난 척쟁이 맞다.


언젠가 맛사지하는 분이 선생님이 찜질방에서 책만 읽고 있으니 사람들이 권위적이라고 한다해서

내 대답이 나는 권위적인 사람이 아니라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장난해서 넘긴적있다😈


먼고하니 나는 사람들이 자기나름대로 평가하고 던지는 그런 말에 별 상관안한다라는 말인데 그녀가 잘 알아들었기를...ㅎ


고구마가 다 익었다.

뽀송뽀송하게 잘생겼다.

은근히 칭찬을 기대하며,아그들을 깨우고 달걀후라이까지 완벽한 아침을 해주었다.

물론 칭찬 엄청 받았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나에게는 한시간 먼저 일어나 세명을 섭생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니 ... 맛있게 먹고 그 집에 머문 사람중 마지막으로 알베르게를 나왔다.

오늘은 좀 길게 잡아 걷고싶다.


까미노에서 나의 아침 걸음의 시작은 한 시간동안 국악미사를 하는것이다.

헤드폰에서 자비송이 시작될 때마다 가슴이 울컥 울컥한다.


"주님 ,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


국악미사의 노랫가락은 그레고리안성가의 노랫가락보다 훨 리얼하고 우리의 진한 한과 고통과 염원이 느껴져서 인지 모른다


오늘도 어머니생각이 나드니,

순간 그리움에 눈앞이 흐려지고 목이 메이더니 결국에는 통곡하게 된다.


벌판 한가운데 혼자 통곡하는 그리움이라니 ...


그 한없는 사랑에 감사한데 어떻게 보답할 길이 없는 것이다.


살아 생전에 감사한다고 이야기한 적이나 있는지?


중학교 일학년때 농장에서 일하시고 돌아오던 날 지프차안에서 노래를 시켜서 어머니은혜 노래를 불러드려 기쁘게 해 드린 기억,


대학시절 내 생일때마다 낳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용돈 모아 선물해 드린 기억,


어머니는 내가 의사가되기 육개월전에 소천하셨다.


나의 어머니, 박용래 마리아님....

부지런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신 분,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한구릉을 넘어가니 갑자기 파란 벌판이 쫘악 펼쳐진다.

시야가 환해지니 가슴도 뻥 뚫리더니 에너지도 급상승한다


파란 하늘이 열리고 빨간 양귀비꽃들과 누런 밀들이 익어가고 파란 포도나무에는 젖가슴 마냥 어린포도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태양이 내리쬐지만 바람이 있어 시원한 벌판을

내리 세시간을 취해 걷는다

발걸음도 어제에 비해 많이 편하다.


점심때 나헤라에 도착해서 순례자의 메뉴로 닭가슴살과 고구마튀김을 맛있게 먹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실패없이 먹을수 있는 닭고기요리.

오늘도 오는 길에 닭들을 보았다.

우리나라처럼 철조망을 쳐놓고 키우고 있어 신기했다.

사람사는거 다 같구나.


점심후 다시 두시간반의 행군(?)후 이곳 시루에나에 도착했는데 초입에 아주 멋진 골프장이 있어 시원했다.

갑자기 드라이버를 경쾌하게 날려보고 싶다는 날렵한 생각이 스쳐간다

실은 나는 골프를 즐겨하지는 않는다.

아마 고향에 대한, 이전 일상에 대한 그리움때문일거다.


그런데 이 마을은 유령의 마을같다.

마침 네시 오십분 시에스타시간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공신주의 나라의 집들같이 똑같이 규격으로 성냥갑같은 집들이 일렬로 만들어져있고 모든 창문과 대문은 닫혀져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없으니 알베르게를 물어 찾을수도 없다

불안할때는 끝까지 노란표시를 믿고 따라가면된다가 9일동안의 경험이다.


눈이 보배, 까사 빅토리아 알베르게 표시판이 나오자 긴장이 풀린다.

그런데 그 백미터전에 과다루페 성모님상을 앞세운 알베르게가 7유로 라고 여러군데 거의 애원수준이다. 마치 주인이 앞에서 길을 가로막으며 제발 이쪽으로 와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것같다.


가상해서 올라가보았지만 주인이 없고 한적해서 왠지 무섭다.

다시 턴하여 까사 빅토리아로 향해가다.


하늘과 맞닿은 밀밭이 펼쳐진 풍경을 앞에 둔 까사 빅토리아 알베르게는 내부도 깨끗하고 저녁식사도 모든 손님이 7시에 함께 모여 하는데 전체요리인 스파게티가 다인인 줄알고 고픈 배를 채위버렸더니 메인요리인 닭가슴살과 포크가 들어갈 여유가 없다.

아~ 이들은 토마토 스파게티가 전체요리구나

암튼 매우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내앞에 앉은 더블린에서 채식레스토랑을 경영한다는 아주머니는 61세인데도 피부도 좋고 아주 성격도 좋다.


비건은 아니지만 베지테리언이며 채식과 가끔의 단식을 한다며 나름 좋은 점을 강조하였다.

홀리스틱 메디신에 대한 생각도 확고하신 분 같았다.

우리가 공연한 구르지예프신성무를 유듀브에서 보여주니 관심이 대단하다.

집중과 명상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이 분은 일주일동안 일에서 벗어나 혼자 황금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너무 행복해한다

더블린가면 꼭 가봐야겠다.

처음보는 사람들인데도 까미노에서는 모두 마음이 열려져 있다


열려져 있으니 언어가 달라도 소통이 가능하다.

옆에 보니 크리스티나가 주위의 아저씨들을 사진으로 올킬이다.

영어가 부족한 그녀의 대단한 내공이다.


이 집에서 담근 포도주가 맛있어 적당하게 마시고 밀밭안에서 자다.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