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15. 16 제8, 9일
로스 아르고스ᆢᆢᆢ로그로뇨(20.5 km)
로그로뇨 ᆢ ᆢ ᆢ벤토사(19.9km)

부엔 까미노!
모두들 편안한 잠자리때문인지,어젯밤의 스스로 발 맛사지때문인지 푸욱 자버려서 늦잠이다.

일곱시다.
다 벌려놓은 배낭챙기라 마음 챙기랴 아침부터 바쁘다.
바나나한개와 호두 그리고 체리 몇알을 스토마크에 넣어놓고 일단 출발.

나의목표는 나헤라까지이지만 미숙이는 벤토사까지가 맞다고한다.
일단 가보고 결정하기로한다.
무리일까?
결국 우리는 25키로는 못간단 말인가?
왜 꼭 네시까지만 걸어야하지?

나의 지성과 육체는 늘 파이팅이고 대개는 육체가 이기고 마는것을 나는안다.

오늘을 봉순이동생 남편 49제 미사가 있는 날이라고해서 오늘 만난 첫성당에서 봉헌 기도해줄려고 마음 먹었다.

첫성당이 출발한지 삼분만에 나타나 배낭을 다시 내리자니 좀 그랬지만 약속을 지키기위해 망설임없이 배낭을 벗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촛불을 켰다.

교통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실베스트로님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위하여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빌어본다.

도심을 한시간 정도 걸으니, 겨우 빠져나와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고 거위인지 백조인지 하얀 녀석이 양쪽 날개를 펴고 위용을 자랑한다.

오리의 뒷발차기와 백조의 뒷발차기는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역시 작은 넘은 어쩔 수없이 수고를 더 해야한다.

서양인들의 콤파스와 우리는 역시 차이가 난다.
물론 육체적인 차이를 말한것이다.

저수지가 끝나고 나니 어느 사이에 커다란 십자가가 두개 나타나더니 철조망 사이로 작은 나무 십자가들이 수없이 만들어져있다.
아마 까미노를 지나가는 한사람 한사람들이 만들어 논 장관이다.

책으로 읽을때는 지자체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았겠지로 상상했는데 그것이 아니다.
나무로 자기 자신의 십자가를 만들고 간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의 작품인 것이다.

나도 하나 만들어서 사진 찍고 기도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이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말게하시고
악에서 저희 구하소서"

내리 세시간을 걷자니, 발바닥이 불이다.
요기는 알베르게 까페도 별로 없는 구간이다.
벌판에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바람때문에 춥기도하고 피피도 하고 싶고 진퇴양난이다.

아주 마땅한 돌담뒤가 보여 갔더니 역시 비슷한 시간에, 인간들이 비슷한 장소를 택한걸 보면,
가리고 싶은 인간의 심정은 어느나라나 같은것 같다.

1시쯤 다시 뭉쳐진 세명은 나바렛트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로했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까페겸 식당인데 작다고 얕보지말이야한다.

즉석에서 만든 따뜻한 토마토 스파게티와 닭가슴살 스테이크에 곁들인 금방튀긴 감자! 토마토 케첩에 찍어 먹으니 바로 천국이다.

절로 절로 주님 감사합니다가 세명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다. 정말 강추식당이다.
진짜 맛있었다.
까미노에서 점심식사를 이토록 과하고 겁나게 먹을수 있다는 행복감이라니 ...

이래서 아침에 출발할때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경험이 ....를 기대하게 된다.

먹고나니 기운이 난다.
먹는 것이 정말 지당하고 필요한 것이다.
오다가 본 SIMPLY마켓처럼 SIMPLE한 것이 삶이다.
그런데 한시간 지나니 또 발바닥이 불이다.
인간의 단순함이란 늘 그런것이다.

포도밭과 비파나무 열매를 보며, 계속 마음속에 들어 오는 생각이 있다.

몇년 전부터 마음에 켜둔 불씨 하나가 있었다. 작년부터는 이곳저곳 알아보기도 했었다.
무엇인고하니,
언젠가는 만들어질 재단의 이름이 불현듯 마음에 들어 온 것이다
일단 제목이라도 만들어 놓자 싶다.

"밝고 맑음 문화재단"

머 이름이야 언제든지 바뀔수 있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다.

암환자들을 위한 문화재단이라는 것이 다를뿐 ...
문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같이 정보도 공유하고 상담하고 요리도 배우고 음악도 같이 듣고 그림도 배우고, 요가도하고 명상도 하고 건강강좌도하고,쉬면서 금요일저녁에는 스스로 음식 한개씩 해 와서 같이 파티도하고.

너무 크게 할거 없다.
내가 작게 시작해 놓으면 누군가 또 만들고 또 만들고 하면 바뀐다
분명히 서로 서로 아픔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손을 잡아주는 세상이 될 터이니...

네시에 벤토사에 도착
일인당 10유로하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나의 유일한 요리인 달걀후라이를 해주니 두여인들이 넘 좋아한다.
주고 받기의 균형.
균형이 맞아야 서로가 행복해지는것을 알고 있다.
나는 더 노력할 예정이다.

광주가면 요리학원 가볼까?

달걀을 뒤집으면서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