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13 제 6일
프란테 드 레이니ᆢ ᆢ에스텔라(22.9km)

부엔 까미노!

이제 까미노는 일상이 되었다.
부시럭 거림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짐챙기고 선크림 바르고 빵 몇조각 먹고 베낭 매고 걷기시작, 날마다 같은 필름이 돌아간다.

오늘은 코스를 보니 그다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지 않을 듯 하다.

세명 모두 다 팔킬로의 배낭을 메고 공정하게 걸어 가기로한다.
어제 길에서 만난 조셉이 배낭을 안맨 모습을 보고 언페어하다고 째렸다.
너무 겁먹은 결과이다.

어제 팔리돈 고개도 사진상에는 굉장히 깔닥한 높이 같지만 실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알베르게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인 말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평상시 운동이 부족해서 개인적으로 힘듬이 과장되어 그런 것같다로 결론을 냈다
앞으로는 너무 믿어서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글을 읽지 말고 개념없이,무심으로 그냥 와야한다는 막가파도 있다.

나도 동의한다. 물론 겁먹을 필요 없다로.

우리는 이미 피레네를 넘은 역전의 용사들이 아닌가.
그래서 오늘은 그 높 낮이를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더 편하게 생각하기로한다.

오늘은 어제 사귄 수원의 사진작가, 유명희씨하고 함께 걷는 것으로 한다.

그녀는 삼일전 까미노에서 처음 밀밭이 펼쳐지는 고개에서 만났다.
맑은 얼굴에 얌전한 처녀가 그 무거운 앞배낭까지 메고 있어서 저렇게 어떻게 앞으로 삼십일을 견딜까에 걱정했었다.
그런데 삼십삼일의 까미노후에는 프랑스 북부에 있는 해변가로 이어지는 길을 삼십 며칠을 더 걷고 귀국예정이란다.

그녀는 이미 7만 오천원에 여수에서 서울까지 무전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서른다섯 처녀이다.
무전여행, 이것은 나의 젊은 날의 로망이자 상상이었다.
그 단정함안에 있는 그녀의 불을 상상할 수 있으랴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새로운 한비야가 태어나고 있다.
그녀안에 있는 불이 잘 승화되길 바란다
께 디오스 테 벤디가~~

그런데 얼굴만 이쁜 것이 아니라 으잉? 마음까지...

어제 늦게 도착해서 윗 침대로 올라가야하는데 기꺼이 늙고 뚱뚱한(?) 나를 위해 아래층 자리를 양보해서 나는 아랫자리에서 잘수 있었다.

아침에 윗자리에세 잘 못내려 오며 알베르게 침대 계단의 문제에 대해 투덜거리던 뚱뚱한 서양아가씨의 계단을 짚어주며 도와주고 있자니 명희씨에게 절로 감사드리게 된다.

계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잘 관리(?)된 몸무게의 문제라는것을 그녀가 알기를 바란다.

고마운 유명희!
요새 보기드문 처녀가 이쁜 짓까지...
세명의 언니들에게 최고의 점수를 받아 저녁식사에 초대된 수원 처녀이다.

그녀는 디자인을 공부했고 아마 이번 산티아고에도 스페샬한 목적을 가지고 온것같다.
사진을 찍고 함께 걸으며 시간을 공유하는것 그리고 필요한 부분은 나중에 글을 쓰기위한 재료로 기록하기도 하는 ...
아주 많이 남을 배려하고 도와줄수 있는, 그리고 있는 모든 일을 알려주고 케어하는 사람이다.

오늘 종일 나와 걸으며, 주로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 참한 사진작가이며 앞으로 여행작가가 되고 싶어 공부하고 있는 아름답고 청초한 아가씨이다.

거의 여덟시간을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주로 내 살아 온 이야기들.
이야기를 하다보니 참 다이나믹하고 생생한 삶이었구나.
그리고 내가 늘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안에 있는 불,
삐다의 근성이 잘 승화된 부분이다.

물론 삐다가 가끔 분노의 화신으로 나올때도 많아 나는 늘 반성하고 최근에는 진료실 컴퓨터 앞에 니르바나(불을 끄다)를 적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잊어서는 안되는 가치!
"내자신을 사랑하는 것"
내자신을 클리어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 관찰하기를 계속한다.
결국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사가 된지 35년 수술하고 환자들을 케어했다.
이제껏 잘 돌보고 잘 문제가 해결되게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시고 내편이 되주신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
나를 제외한 세명의 여인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까르푸라는 수퍼마켓에 갔다.
이곳 알베르게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위해 .. .
나는?
발바닥이 불이 나서 잠시 더 쉬기위해 따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배고프다!
아무 생각없다
배고프다는 고통이 지금 이순간 최고치다.
밥주세요!!!

그리고 그이후 기적같이 우리는 밥에다 고추장에 오이를 찍어서 먹었다.
비록 남은 것을 같이 쉐어한 밥이었지만 무려 십일만에 내입에 들어온 밥!

주님, 감사합니다!

역시 저는 한국인이고 밥이 최고입니다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