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12 5일째
팜프로나 ᆢ ᆢ 프란데 드 레이니(24.7km)

부엔 까미노!

오늘은 시작이 힘들었지만 마지막이 재미(?)있는 하루였다.

새벽에 일어나 어제 다 못 끝낸 글을 쓴 후,
아그들이 깨기를 기다리다.
까미노의 하루는 새벽 알베르게의 부시럭 거림으로 시작된다.

근데 아프다. 브리스터가 생긴곳,
근육 발바닥까지 다 결리고 쑤시고 무겁다.
약! 나의 최후의 보루, 근이완제를 무려 두알을 먹으며 오늘의 까미노에서 얘가 잘 버텨주기를 바란다.
결과를 먼저 보고하자면 굳이다.
확실히 효과 만점, 내일은 안먹고 걸어보아야 비교분석이되겠지만 확실히 마비가 된 것은 사실이다
종일 잘 걸었기때문.

근데 출발직전 미숙이 소식을 전해 온다.
한국사람이 그러는데 우리가 갈 쁘란데 레이니까지 7유로에 짐을 붙일 수 있단다.

순간 판단이 안서서 멍한데 미숙이 당연하게 밀어부친다. 그래 좋아 그렇게 하자 짐, 짐 두개를 부치기로 결정하고 세개의 배낭을 두개로 섞고 미숙이가 주소를 쓴 봉지에 7유로를 넣고 배낭에 옷핀으로 고정하고 1유로코인을 넣으니 신기하게 잠기고 열쇠를 알베르게 주인에게 주면 된다.

꼭 시킨대로 했는데,열쇠주고 돌아서는 순간, 근데 저게 제대로갈까?
혹시 그안에 둔 여권과 돈을 잃어 버리면 어쩌지?
이런 세컨다리가 맘속에 들어왔다.

아그들이 여권은 몸에 지녀야지에 갑자기 불안모드 급상승! 일유로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꺼내자니 속도 상하고 팍팍 깊이도 숨겨 놓아서,넣어서 손도 안 들어가는 배낭 저 아래만끔에 ...
손넣기도 힘들고 열이 받았다. 그래도 참고 잘 임무 수행을 했는데?
끝나고 돌아서는데 알베르게 직원이 못 알아들을 말로 종이를 비치면서 투모로우~~~머~~ 이런 말을 하는데 서로 소통이 안되니 나의 불안지수가 거의 헌드레드 퍼센트까지 상승,
노 투모로우.. 투데이라고 손짓으로 거의 업세트되어 성질을 부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참 한심한 애이다.

옆에서 보고 있는 미숙이는 얼마나 기가막혔을까.
아무튼 있는 성질 다 부려 그녀가 알이즈웰이라고 포기할 때까지 손짓으로 투데이라고 외쳤으니, 아마 갸는 왠 동양 아줌마가 내가 도와줄라는데도 지랄이네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저지른 망아지꼴이라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내자신에 대한 분노가 올라온다.

아직도 순간폭발을 제어하지 못하는 미숙함이 여전하구나라는 내탓이요와
한편으로는 변명의 모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에고의 종이되어 있다.
미숙이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미안함이 더 내 크다.

걷고 있자니 너무 내자신에게 화도나고 서두르고 있는 것도 화가 나니,
마음도 발걸음도 고통의 무게만큼 무겁다.

고마운 우리의 티나가 캄다운을 위해 까페로 인도하여, 우리는 아메카노 두잔을 마시면서 풀어버렸다.
먹으면 풀리는 단순한 친구사이, 미숙이와 나.
머 이분정도 정리하니 바로 언더스텐드가 된다.
어찌되었든지 나는 내가 아직 미숙해서 더 내려 놓자로 결론지었다.

미숙이와 여고때 만나고 이런 기인 여행은 처음이다.
그런데 나나 그아이나 그 오랜 세월을 무시하고 그때 그느낌으로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미숙이 38년을 교직에서 영어선생님을하고 올해 명예퇴직을 한 훌륭한 선생님이다.

근데 나나 갸나 우리는 서로 같이 지내지 않은 20년의 시간을 마치 공유한 듯한 착각 속에 있기도하다.

미숙이가 가진 선생님, 부인, 잘생긴 아들과 이쁜 딸을 둔 엄마의 페르소나를 내가 가끔 잊어버린다는 것이 나의 문제다.
길을 걸으며 친구에 대해 생각을 깊이 하다보니 너무 깊이 갔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머 별거있냐?
우리는 친구이고 함께 까미노를 걷고 있고 행복하다. 끝!
나는 세컨더리가 없는 밝고 단순한 미숙이를 좋아한다.
내가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끔쩍거린다고 할 때마다 나도 끔쩍이며 미안하다.

미숙아,
내일부터는 절대 확인 안할께.

내가 생각해보니 35년동안 환자들 바이탈을 체크하고 또 첵크한것이 습관이 되서 그런 걸거야.
의사라는 직입이 늘 오더를 내리다보니 직접적이고 확실히,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나의 말투때문이야.
알아차림은 인간을 성숙하게한다.

친구여!
페리돈 고개를 넘어 우리의 까미노가 일상이 되고 너의 까미노가 행복 에너지로바뀌는 것을 본 것이 나의 행복이었다.

내 좋은 친구, 미숙아
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네가 행복해서 나도 행복하다.

네시에 푸엔뗄라 데 레이니(왕비의 다리)에 도착했다
공용 알베르게 8유로에 하룻밤 몸을 맞긴다.

식당에 가니 한국 사람들 천지다.
식당에서 미역국도 끓여먹고 밥도 해먹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두고 오면 필요한 사람들이 쓰고 먹는다.
당근도 있고 우유도 있다.
모든 것이 다 있지만 우리는 좀 잘 먹어보고자 레스토랑에 가서 스페인어를 잘하는 유학생에게 물어 아주 잘먹었다.
메인요리로 나온 T본스톄이크를 잘라서 구워먹는데 꿀맛이다.
또 멕여 놓으니 만사 오케이다.

오! 즐거운 인생!
생 미구엘 두잔에 삶이 무념 무상이다.

까미노의 밤이 깊어져간다.
노을이 지고 해가 저물고 오늘밤도 별을 보기힘들다.

내일은?

maybe or not,
I don`t care.
because stars will be always t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