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10, 제 3 일
론체스바예스 ㅡ쥐비리 (21.7km)

일어나자 마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는 캡틴의 말에 맘이 급해진다.
종일 빗속을 걸어야한다니 춥고 배고플게 뻔하다.하지만 예전의 경험으로 여름산행은 약간 비가 와서 더 좋을 때가 있었다.
덜 퍼지고 헤찰을 안하니 더 빠를수도 있다..

7시 반 론체스바예스 수도원 알베르게를 출발,
다들 우비를 뒤집어쓰니 그야말로 진정한 필그림이 된 듯하다.
하지만 춥다,
비가 안왔더라면 너무나 이뻣을 숲속을 추적추적 걷는다.
아침 국악미사곡이 헤드폰에서 계속되지만 몸이 춥다고한다, 덜덜 떨리지만 발은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다.

오직 3km앞에 있다는 수퍼에 가서 아침도 먹고 점심도 사야한다는 생각뿐이다
갑자기 까미노가 생존의 장으로 변한다.

삼십분을 장대비를 뚫고 왔더니 카페가 있고 모두들 아침을 먹고 있다.
우비를 벗으니 양팔에 콜드알러지가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몸으로 말해준다.

갖구운 크로와상 두개와 진한 익스프레소 한잔에 온몸이 녹는다.
주위를 보니 15명중 9명이 한국인이다.
대부분 혼자와서 삼삼오오 만나 같이 걷는것이다.
멋진 한국인들이다.

까미노에서는 길을 잃을 위험이 거의 없다
표지판도 잘되어 있고, 까미노를 걷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많아 길을 가다 헷갈리면 두리번거리며 표지를 찾거나 그냥 그자리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면 된다

멋진 숲길들을 걷다보니 너무 행복하다.
티나와 미숙이랑 같이 노래를 부르며 걷는 길.

`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시냇물이 넘쳐 흐르고....`
세명이 다 즐거운 까미노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반갑고 행복한 얼굴들이다

부엔 까미노!

나의 걷기에 대한 로망은 대학교 일학년때부터였다
여수에 사는 큰언니집까지 혼자 걸어볼까? 상상해본 것이 나의 처음 꿈이었다.
물론 그 꿈은 아직도 꿈으로 남아 있지만 그후로도 계속 나는 혼자 걷는 길을 생각했다.

그후 2000년 사월에 섬진강을 걸었다.

맨처음은 곡성 두가다리에서 하동까지
다음은 섬진강의 진원지인 전라북도 진안 원신암 마을, 데미생, 천상데미에서 임실까지
임실에서 장산리, 장구목 그리고 ...
아직도 보성강쪽의 한구간과 하동에서 광양까지 두구간이 남았다.

2000년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2002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옆의 칼라파타르(5555미터)트렉킹
그리고
2006년 랑탕계곡,
그후 뉴질랜드의 밀포드트랙킹까지 생각해보니 참 멋진 여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조금 더 특별하다.
무려 두달이나 고향을 떠나있고 내 일상의 생활과 떠나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내려놓기 연습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지구에 온후 22년을 일반적인 교육을 받았고 그후 오년을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훈련받았고, 전문의가 된후부터는 오로지 내앞에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고통을 해결하기위해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느냐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
모든 것이 지나가 버렸다.

반성하고 싶은것도 많이 있고 진정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구하고 싶지만 이런 생각을 오늘만 한것은 아니다.

내 자신을 생각할 때마다 실은 들어오는 생각인데
내가 의도치 않은 그러나 나로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용서를 구할수 없었던 때가 많았다.

어쩔 것인가?
다 지나가버렸다.

혹시나 나로인해 상처 받은이가 이글을 읽고 있다면?

글속에서, 영혼속에서,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

7년전 인도의 푸나, 오쇼 명상센타에서 한적한 호텔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오후가 되니 점차 비가 그치고 하늘이 나타났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
욕심부리지말고 쥐비리까지만 가기로 한다.
세시반 쥐비리에 도착.
우리의 미숙은 바빠진다 도착하기 십분전부터
만나는 애들마다 붙잡고 물어 정보를 얻고 있다.

나?
띠옹?
그냥 멍하다.

뭐 어디 잘데가 없을라고, 사설 알베르게가 없으면 머 공용에가면 되것지, 요런 생각으로 있는데 결국 세명이 아침식사포함 84유로하는 좋은 알베르게에 묶게되어 삼일만에 맘껏 옷벗고 빨래해서 내주니 드라이까지 멀정하게 해준다
10유로하는 공용 알베르게와 엄청 다르다
엉청난 금전의 위력인것 같다
그래도 나는 늘 삶에 잘 적응하느 편이라
어떤 쪽도 굳이다

말이 아주 잘 통하는 전직 영어 선생님 ,실비아가 수고가 많다
속으론 미안함보다 고마움이 더 많은 우리는 친구사이다.

목욕후 수퍼마켓에 함께가서 내일 점심용 바케트와 사과 네알, 달콤새콤한 체리 그리고 당장의 내 배고픔을 해결해줄 바나나 한개를 실비아와 나눠 먹고 행복해한다.

요리저리 둘러봐도 이티엔과 죠셉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죠셉은 오킬로 더 걸어 갔을것 같고,
이티엔은 공용알베르게에서 맥주와 포도주와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고 있을터,
길을 가다보면 언제가 또 반갑게 만날 것이다.

저녁시간에 미국의 엘에이 근처에 산다는 새로운친구 피터와 메기를 만나 그들과 즐겁게 놀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피터는삼주 전에 정년했는데 귀가 잘 안들리는 장애를 갖고 있으나 자기몫의 삶을 잘 마무리한 훌륭한 분이고 하얀수염이 나서 헤밍웨이라고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까미노에서는모든 사람들이 오픈된 것 같다.
아마 모두가 다이아먼드길인 내면의 자기자신과 오롯이 만날수있는 시간들이어서 인지모른다.

대개 저녁식사로는 필그림의 메뉴로 10유로 정도하고 늘 포도주와 물이 포함되어있다.
오늘은 돼지 갈비를 여섯대를 먹었다. 참 맛있어서 또 다이어트에 실패다
와인도 마셨다
하루에 몸이 요구하는 양이 어느정도는 정해진 것같다
아침에 크로아쌍 한개에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점심때 2유로짜지 햄바케트샌드위치만 먹고 21킬로를 걸었으니 저녁이 헤비해지는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의 뱃살은 계속된다는 말이다

길을 걷는 내내 내안의 나와 이런 저런 대화를 끊임없이하고 왔다
어쩌면 침묵이란 없는것이 아닐까할정도로.
며칠이 지나면 안쪽의 소리가 더 고요해질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미숙한 사람이지만 복을 많이 받은 행운아인것은 사실이다.
걸어 오는 길 내내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런 길을 오고 보고 걷고 또 삶의 한 기쁨을 느끼게 해 두신 그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산티아고 걸음 걸음 그분을 찬양하며 성모송을 바친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에 아들 예수께서도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신께
처음과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