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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원장의 살림토크

살림이란 살리라는 명사입니다.(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2020.11.23. 월요일 자가격리 10일째
관리자
조회수 : 1192021.06.09 16:16

2020.11.23. 월요일 자가격리 10일째

창문을 여니 북서풍에 구름이 유영하고, 동남쪽으로 등따신 무등에 햇살이 빼꼼하다.
순간 순간 변해가는 바람결따라 무등이 따라간다.
정상에 올 첫눈이 내렸는지 상고대가 펼쳐졌다.
밤사이에 할아버지가 된 흰머리를 상스럽게 바라보며 아침을 연다.

오늘은 10일째,
베토벤교향곡을 9번까지 들으면 9일이 지나갈거라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인 듯한데
벌써 달도 상현달이 되간다.

시간을 느끼며 산다는 것, 내게 주어진 선물이구나.

앞으로 나흘을 어떤 곡을 들을까 하다, 택한 곡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이다.
피아노가 심장을 두드린다.

이렇게 구모리한 날은 피아노곡보다는 바이올린이 더 어울릴것같아 두번째곡은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협주곡을 젊은 바렌보임과 아이작 펄만의 연주로 듣다.
팀파니소리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너무 아름답다.
펄만의 카덴차도 그렇고 젊은 바렌보임도 좋다.
쟈크린 뒤플레를 생각하면 가슴아프지만 부부간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의사회 총무국장 전화를 받고 무등의림에 기부금을 얼른 내버리니 의사회이사회원들이 카톡으로 난리다.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알게하라?(^.^)

일기를 쓰고, 류영모를 읽다보니 벌써 점심시간, 키위 두개와 단감 한개를 이쁘게 썰어 맛나게 먹었다.

낮이 되니 햇살이 거실안까지 들어와 일광욕을 하다.

평화, 평화로다.

생각해보니 늘 이 시간에는 병원 외래진료실이거나 수술실에서 일하기에 바빴고 가끔 진료실 뒷베란다에 빼꼼히 나가서 아파트사이에 파란하늘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물론 주일에는 뺑돌이처럼 돌아다녀 다시 비워냈지만 ...

잠시 잊혀졌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쉴수있는 남원한증막과 무등산속 이쁜 길들과 새소리가 그립기는 하다.

잠시 소파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깜박 잠들었나보다, 비몽사몽중 여고때 짝꿍이었던 친구,기명이전화에 정신번쩍들었다.

기명이는 고2때 내짝꿍이었다. 여전히 순진하고 순수한 내친구가 밥 어떻게 해먹냐고 무알타리김치 보낸다고 주소달란다.
속없이 얼른 주소적어주는 나를 보니 웃음도 나오고 감사하기도하고,
마음이 급훈훈해진다.
기명아~
고마다잉~

오후에는 유방치료해서 친해진 나경이가 정성스레 저녁을 요것저것 싸오고 대모님은 김밥에 반찬해오고 멀먼저 먹어야할지 고민인 나는 정말 복받은 사람, 모두 너무 감사하다.

밥먹고 멍때리다.

오늘의 보이차 `용인`을 다시 새시로 타서 마시고 무등위에 뜬, 낮에 나온 상현달을 카메라에 잡았다.
상고대와 하얀 달이 어울리는 멋진 모습에 감성도 울렁거려 잠시 앉아 명상을 했다.

"매일 죽고
매일 부활한다"

들숨과 날숨의 간격을 감지하며 잠시 어머니 생각을 해본다.
대학다닐 때, 여름날 어머니가 낮잠을 주무시면 나는 어머니가 날숨으로 후하시면 들숨으로 받아마시고 내 날숨을 드렸던 일이 많았다.
이제는 그 숨쉬기놀이를 홀로하고 있구나.
고요히 허전함과 욕망을 내려놓고 고요함에 들어선다.
온갖 수고뒤의 얇은 호흡이 주는 안식.
안식은 편안할 안, 숨실 식이니 결국 편하게 숨쉬는 일이다.

거실에 어둠이 깔리고, 달은 흰색 상현달에서 노란색의 반달로 되어있다.
구름하나없는 어둠속에서 반은 지구에 가리고 반은 태양을 받아 저리도 밝구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들으며, 목욕재계하니 벌써 밤이 깊어간다.
코로나는 3차 펜데믹으로 갈른지, 오늘 12시이후 서울은 2단계, 광주는 1.5단계로 격상되는 모양이다.
핸펀으로 계속 확진자 동선이 추적되고, 세상은 바쁘고 다이나믹하게 돌아가지만 나는 그냥 차이코프스키에 취해 있고싶다.

2악장의 호른소리가 너무 좋다.
이 곡은 각장마다 같은 주제가 나와 변주 되어 듣기에 편하고 특히 이차대전중인 1941.10.31일 레닌글라드공방전으로 필하모니 홀옆으로 대포가 떨어졌어도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아 사람들을 위로했던 곡이다.
`어떤 경우에도 연주를 멈추지 말라`던 시장의 마음과 그속에서 음악을 듣던 시민들과 연주자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예술만이 줄수있는 힘이 이런걸까한다.

아주 최근에도 베이루트폭격때 할머니가 50년간 살아온 집이 폭삭 무너졌을 때도 겨우 살아난 피아노 뚜껑을 열고 연주한 것이 유튜브에 올라왔던 적이 있다.

스카렛 오하라의 타라의 모습도 겹치면서 인간이 고통을 승화시키는 위대한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별도 지고 깜깜하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해가 또 떠오를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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