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7.화요일 넷째날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무등을 본다.
오늘은 구름사이로 해가 숨어 있고 사이에 한 곳만 `쨍`하고 비춰서 건물 한 곳에 반사되니 너무 아름답다.
잠시후 해도 가버리고 무등은 구름모자를 썼다.
자연은 한시도 쉬는 법이 없구나.

오늘은 베토벤교향곡 3번의 날이다. 영웅교향곡, 나폴레옹에게 헌정할라고했다가 황제 등극소식에 영웅으로 바꾸어버렸다는 제1주제가 유명한 곡, 이 악장도 아름답다. 실은 아다지오로 장례곡이라고한다.
죽음도 베토벤앞에 가면 아름다운 곡으로 변하는가보다.

오전에 병원전화, 화상진료하느라 미사를 세번이나 반복하게된다.
잠시의 짜증은 인내와 포용으로 끝내고, 미사중 생각난 11월 위령의 달에 왕신부님께 문자해서 유령의 달이니 부모님을 위해 연미사 신청했더니 깜짝 놀라신다.
유령의 달?
에고, 위령이 유령이 되서 얼마나 놀라셨을꼬.

여기저기 전남대 발, 코로나 19로 난리다. 오치동성당은 두주간 폐쇄되고 두신부님 자가격리 등 안좋은 소식에 마음이 급무거워진다.

반드시 신자들에게 KF94마스크하고 다니시라고 미사하실때 말씀하시라고 단단히 당부한다.

오늘 매일미사는 자깨오의 이야기이다.
조그마한 세리 자깨오.
오래전에 테제마을에 갔을때 토의제목도 자깨오이야기였다.

그당시 세리는 유대인들을 착취하고 로마에 충성하는 죄인들이었다. 돈은 많았겠지만, 이웃에게 무시당하고 죄인취급당해 사람들이 상대도 안하는 작은 자깨오는 나무위에 올라가 사람들뜸에 끼지못하고 홀로이 예수님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짠한 자깨오.
그런데 그 자깨오의 회심을, 자깨오의 외로움을 예수께서 바로 아시고 자깨오를 불러내려서 그의 집으로 가자하셨다.

그때 자깨오는 얼마나 기뻤을까.

이제 다시 보고 다시 들을 수있게 되었으니... 제 재산의 절반이 아깝지 않았을 것같다.

자깨오의 회심, 거룩한 은총이 내안에도 느껴지는 것같다.

점심은 귤 8개로 간단히 해결해도 배가 부르다.
자가격리되면서 쓰레기양을 줄일라고 하루 두끼식사를 원칙으로 세워놓아서이다.

오늘은 이것 저것하다보니 코헬렛 쓰러 책상에 앉기가 싫어 그냥 무등산만 멍때리고 바라본다.

오후 다섯시, 크리스티나와 내친구 미숙이가 카레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집안 점검에 약도 가져가져갈겸, 오래만에 듣는 잔소리도 정겹기만하다.
이것저것 손에 안닿은 것을 챙겨주고 내려갈때 손소독하고 가라고하니 십분도 안되 갔다. 서운하지만 자가격리수칙을 잘 지켜야하니 어쩔수 없다.

6시에는 북구청직원이 전화로 확인하고 오늘부터는 오전9시 오후 3시 6시 이렇게 세번 열재서 자가격리앱에 점검 누루고, 올려야한단다.
왜 세시 여섯시 세시간만에 해야하나?
오후 9시가 더 합리적인디?
글 쓰는 지금 생각해보니 공무원도 6시면 확인하고 집에 가야하니까. 요게 아닌가?

탕에 따뜻한 물을 받아 온 몸을 물고기처럼 움직여보며 얼나의 성자 류영모를 17편부터 22편까지 읽으니 물고기도 지친다.

오늘은 성경쓰기는 안할란다
의무는 아니니까.
타부향이 좋은 내 편한 베개에 목을 쉬어야지.
암껏도 하지말고,
걍 자자!

누워서도 머리속에서는 기계처럼돌아간다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하시니...

에고~~~
요요야, 스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