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13.화요일. 반야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다.


일주일간의 진한 반야학숙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정신놓고 자고 일어나,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주일간의 경험을 모호하게 표현하기가 참 어렵게 되었다.

반야에서 만난 황재형 선생님과 태백연구소 사람들이 머리속에서 떠날즈음에 반야에 가기전에 주문해 거기에서 읽으려고 가지고 갔다가 열지도 못하고 가져온 책, `작품의 고향`(임종업 지음)을 싱가포르로 가는 하늘 위에서 읽었다.

이호이호,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태백과 황재형,

제자들이 보고 느낀 선생님과 그림들과 글이 있었다.
아, 갯바위 발표를 하던 그들의 눈물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같다.
삶이란 그들에게 그토록 치열한 것들이었구나.

편안한 자리에 안일한 사람에게는 경각심을 불편한잠자리를 자는사람에게는 안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화가의 정신과 장식성을 배제하고 미술의 힘, 미술의 정신성을 믿는다면 , 예술의 진정성을 알게될 것이라는 스승의 포효.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의 욕망과 같이 부드러움과 고움,까칠까칠함과 후덥지근함, 썰렁함은 색으로 표현되어 지는 삶의 단편이고, 어떤 이도 광부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 색을 버릴수 있단 말인가.

`아버지의 자리`를 보는 듯,
내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저 밑바닥, 잃어버렸던 기억. 가슴속 깊이 숨어있던 먼가가 꿈뜰거리고 지나간다.

`화순 뻔데기학교` (삼화잠사) 그곳에서 우리는 야학을 했고 하루종일 물에 불어 떠진 손이 부끄러워 아이들이 나와 악수를 못했다는 것을 일년이나 지내고 알아 너무 미안했던 기억들.
그상황에서도 노동야학이냐, 검정고시야학이냐로 날세우며 토론했던 날들.
결국 졸업한 대학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할수없이 내가 종치고 막내려야해서 침침한 다방에 앉아 함께 울던 그아이들이 있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노동의 가치와 정신성보다는 어떻게 공부시켜서 그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줄까에 더 마음을 두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참으로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았던 회한의 젊은 날의 시간들이 지나갔다.
이젠 어옇하게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할수있는 것이 고작 그것밖이어서 나중에 암환자들의 정신성을 강조하고 치유의 큰 단계를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콩밭 매듯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시대도 많이 다르고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을지몰라도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의 곡소리가 들리고 참으로 미래의 우리나라가 걱정되는 것은 기우일까.

가끔은 세상이 미쳐가고 있는게아닌가 할 때가 있다
TV와 SNS에서는 연일 살인. 강도, 사기, 협잡, 정치적 당파싸움이 계속되고 직장인들은 개인주의와 나만 잘살면된다는 이기주의가 큰것같다.

황재형선생님은 이기주의는 정신병을 낳는다고 정곡을 찌르셨다

의사라는 직업도 요사이는 예전처럼 당연한 사명감보다 전문직으로서 자기할일을 다하면 최선이라고 교육되어지는 현실이 참으로 한심하기만한다.

물질만능의 시대에서 정신과 그 정신에서 나오는 힘과 진정성을 믿고 버티고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성장을 함께 할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었던 태백미술연구소는 진정 너무나 대단한 공동체임에 깊은 애정과 사랑을 보낸다.

훌륭한 스승을 이미 만나고 꾸준히 성장해 온 제자들의 모습은 결연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하늘 위에서 비행기엔진소리를 들으니 바람이 느껴진다.

문득 반야의 그 살져가던 상현달이 그리워진다.
할아버지소나무도 그립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지닌 순수한 열정이 더 그리워진다.

무담시 마음이 먹먹해지는 요것은 머시당가?

ㅡ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