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즈음,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매일 새벽미사와 성무일도를 하는 살레시오 수도회에  한 달간 참여하여 기도한 적이 있다.
한 달이 지난 날, 바로 다음날 새벽에는 못 일어나는 희한한 경험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토록 예민하고, 마음먹음과 선택 그리고 그 지속성에 나를 다시 바라본 적이 있다.

금년 여름에 들어 어느 순간,
개신교회에서 13세에 세례 받고, 천주교에서 33세에 영세성사 받았어도 견진성사에 대한 생각이 안 들었는데,
2017년,. 여름이 되자, 불현듯   '나는 견진 성사를 받아야 해'   이런 마음이 들어와 성당에 신청했다.

 스스로 견진을 어떻게 준비 할까?를 생각 중, 4대 복음만 성경쓰기를 하기로 작정하고, 마태복음부터 쓰다가 작심 오일로 작파했다.
하루하루 써야한디 하고 안 쓰고 하다가, 어느 날 새벽 일어나, 새벽미사라도 가서 마음을 씻어야지 하고, 다시 살레시오 수도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
예전에도 종종 계셨지만, 참 나이든 할아버지 외국신부님께서 새벽에 미사를 나오시구나했었다.

미사가 끝난 후, 이런저런 기도 중 훌쩍거리고 있는데,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콧물 훔치며 고개를 드니, 키 작고 얼굴이 쭈글거리는 할아버지 신부님이 활짝 웃으며 하시는 말,

 "당신하고 나하고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으니
    우리는 좋은 사이 아닙니까."
너무나 큰 위로의 말에 더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미사,
저 신부님은 이름이 멀까?
너무 사랑이 많으신 분이구나.
일부러 그 신부님 줄에 서서 성체를 모시게 된다. 미사가 끝난 후, 묵상중인데 신부님께서 또 어깨 노크하시면서 하시는 말씀,

"당신 옆에 예수님, 계시는군요.
당신이 행복하니 나도 행복합니다."

주님의 사랑을 확인한 은총이라니...

그리고 다른 교우에게 그 신부님 성함을 물으니 미국에서 오신 로베르또 신부님이고 84세에, 한국 살레시오 수도회를 만드시고 수도원장을 하신 신부님이라고 한다.
아~~ 신부님의 삶이, 그의 영성과 사랑이 고스란히 내 맘 속에 전해져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날은 그 신부님을 뵈러 새벽 미사가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날도 미사 후, 묵주에 축성을 부탁하자, 내손을 끌고 성당밖에 가시더니,

"오늘도 웃으면서 스마일하세요.
마리아 도미니카, 당신의 그 이쁜 눈을 감고 같이 성모송 합시다."

사랑이 묻어나는 사람,
온몸이 사랑인 사람.
그 사람을 만났다.

예수님은 참 좋으시겠다.
저런 제자가 있으시니, 얼마나 기쁘시겠는가.

삼일간의 특별한 만남이 지나고,
11월이 되었다.
그날부터는 신부님이 미사에 띄엄띄엄 오셔서 나도 띄엄띄엄 하게 됐지만,
늘 가슴속에 주님의 사랑을, 그 따스함을 기억한다.

감사합니다!
로베르또 신부님,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사랑을 나눠 주세요.

그리고
2017년 11월 5일 나는 견진성사를 받았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한 나날들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저를 잘 사용하시라고 기도한다.

2017.11.15  마리아 막달레나, 요요.

  또 한해가 지나갔다.

2018 .12.25
살레시오수도원으로  성탄대축일 미사를 갔었다.
여러신부님들이 미사를 위해 서 계셨다.
로베르토신부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너무 반가워 하신다.
그리고 하신 말,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마리~아
그때부터 사랑했다.''

예수님 음성이었다.

언제 그를 처음 만났을까?

여섯살 꼬마아이가   고시리손을 모으고 성호를 그었을까?

성심유치원을 나는 어떻게 가게 되고, 예수를 알게되고 밋션스쿨을 가서 성장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비한 일이 아닐수없다.

학교때도 의사가 되어  수련을 받을 때도, 전문의가 되고 병원에서 환자를 볼 때도, 지리산 능선길에서나  히말라야 산속에서도, 푸나의 오쇼명상센타에서도, 산티아고 그 뜨거운 햇살속에서도 늘 나는 그의 제자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것.
  이것이 가장 큰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었겠나.

제대위에
부활승천하시는 예수님 얼굴 위로 빛이 들어왔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

Above the  starry  canopy,
There  must dewell a loving  Father.

기쁘고 기쁜 마음과 감사함이 충만한 밤,
고요한 밤.
베토벤의 장중한 아름다움이 나를 더욱 깊은 충만함속으로 이끈다.

베토벤교향곡 9번,   합창
https://youtu.be/vFlTdfO_H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