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2 초복날




몇해전의 이야기이다문득 광주천의 첫물방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가 궁금해졌다.
과거에 섬진강의 시원지인 진안의 데미샘부터 걸어본적이 있는 나의 경험
무등산일것같은데 증심사계곡일까?아닐까에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같이 꺄우뚱일뿐 답이 안나와 친절한 핸드폰에 물어보니 수원지가 중머리재 바로 아래 있는 용추폭포라는 것이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라 수박을 짊어지고 물맞으러간 용추폭포 ... 그리고 대학시절에는 중머리재ㅡ용추폭포ㅡ제2수원지까지 산행과 그후 남광병원시절에도 홀로이 그 푸른 숲을 단숨에 활강하던 곳이 용추폭포다.
그후 다년간의 보호지가되에 입산금지되어 이삼년전에 해제가 되었다고 들었다.
이제 광주천도 많이 깨끗해지고 천변으로 길도 생겼다니 광주천과 영산강을 내려가보는 것도 내고향길이니 좋다 싶다.
아침 일찍 등산 차림으로 제2수원지 앞까지 데려다 줘서 그앞에 섰더니 어릴적 소풍온 기억이 매우 새롭다.
유치원때, 국민학교때 풀밭에서 장기자랑, 운동회등등 많은 시간이 강물따라 흘렀구나 싶다.
마을길을 따라 내려오니 화순 너릿재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만나 흐르다가 증심사쪽의 물줄기와 합쳐진곳에는 넖게 시민들을 위한 쉼터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다시 걷다보니 학동에서 사동으로 사동에서 광주공원까지 갔다.
점심때도 되었고 발도 아파 (시멘트길은 싫다)
공원앞 정자도 궁금하여 올라갔다.
의지를 꺽고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걸어 함께 놀아버렸다
그리고 몇 년후,
2017년 7월 초복날
영산강이 어떻게 광주천과 만나는지,
황룡강과는 어디서 합류하고 드들강하고는
어떻게 만나는지 매우 궁금하졌다
이번에는 자전거길이 생겼다니, 나의 애마를 이용하자 싶어 하루 날짜 잡았다.
할머니가 동네수퍼갈때 타는 자징거, 가끔 출근 길에 썼다가 너무 위험해 관리과 창고에 썩혀두었던 나의 자징거에 바람을 넣고 엉덩이를 보호하기위해 더 넓은 안장으로 바꾸고 오랜 궁금증을 풀기로한다.
2017년 7월 12일 초복날,오전 9시 40분,
광주공원출발.
태평교
양동복개상가
광천 1교
광천2교

두물머리나루
10시30분
광주시청 도착

이 삼복 더우에
나는 광주천을 달리고 있다
엉덩이 불난다
머리는 뜨겁다
생각은 없다
지쳐서 쉬고있다
눈앞에
광주시청 건물이 보인다.
매미소리와 자동차소리
그리고 소리들에 묻혀져버린
강물소리와 내안의 소리에
귀기울리다, 더 소란해진 매미소리와 비행기 날라가는 기계음을 비교하다
역쉬 매미가 더 편하다
강이 아래로 흘러가니
나도 같이 아래로 흘러간다
매미도 우는것을 쉬는구나
조용하다.
근더 갑자기 왠 굉음!
아~~
비행기없는 세상에 싶다.
방구소리가 너무커서 귀가 따가울정도다
특히 송정리에서 트는 제트기엔진이 구름을 가르는 소음은 정신까지 멍때리게한다.
그래도
강은 유유히 흐른다.
나도 다시 같이 흐른다

11시 40분 서창나루닿기 1킬로전,
슬슬 지치고 배고프다.
어젯밤 술이 더 허기지게 하는것같다.

다리밑에 반갑게 만난 자전거용품 가게,
나이드신 아저씨에게 빨강장갑을 사고 혹시 이근처에 식당 있냐고 물었더니 강둑올라가면 바로 식당이단다.
아,
힘든 오르막을 어찌 올라갈 것인가?
그냥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기로 최종결정,
한참가니 사거리에 길복식당이 나타났다
양철문에 아주 작은 선술집처럼보이고 저곳이 과연 장사하나?
근데 문을 여는 순간,
환상의 냉방에 깔끔하다.
아~
에어컨 빵빵,
아줌마와 큰소리로 히야까시하는 아저씨들만 없으면 정말 더 좋았을것인데,
어쩔것인가 전셋집도 아니고, 육천원짜리 백반을 시켰더니 당장에 나온다.
열개의 반찬중 오로지 깻잎김치와 오이무침,고추졸임에 손이 가요 손이가,
밥한그릇을 단 오분만에 끝장내고 공기한그릇 더!주세요를 외친다.
반만 덜어 시원한 물에 말아 깻잎에 먹으니
정말 직인다.
더욱이 추가신청한 공기하나는 공짜단다.
`인심이 좋은 아줌마, 복많이 받으세요`

빵빵한 에어컨 속에서 다시 햇살속으로 나가기가 정말 싫어지지만, 다시 빛살속으로
아프지만 출발~~

삼십분도 안됐는디 또 지쳐분다.
마침 나타난 다리밑에 평상에 그냥 쓰러져서
기절하듯 자고나니 1시 37분.
어디에선가 민혜경의 노래가 들려온다.
`내사랑 어디쯤에 있나, 밤은 또 ~~`
오랫만에 대학시절 좋아했던 민해경의 허스키한 보이스를 만나니 급 기분 상승?

오늘은 승촌보까지 가볼까?로 목표가 정해진다. 9킬로 남았단디,
대체 나의 자전거는 시속 몇킬로인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
대개 걷는거는 시속 4킬로인데, 내자전거는 대충 시속 5킬로나 될까? 6킬로나 될까?
아이, 계산하믄 머할라고
그냥 가! 하고 심장이 명령한다.

뒤에서 싱싱 달려오는 자전거는 무섭다.
좌측으로 나를 오이꼬시해서 가는데
뒤에 눈이 없어서 대비할수없다.

앞에서 싱싱 달려오는 자전거는 무섭다.
코까지 가리는 마스크에 검은 안경 그리고 날쌘도리 안전모가 날카롭고 `강도`같다
빨리 지나가서 다행이다.

하얀 몸에 노란 머리로 영구 염색한 작고,날씬한 다리를 가진 두루미들과 천변에 온몸으로 햇살을 맞고 있는 빨강 하양 들꽃들의 생명력이 정말 놀랍다.
재들은 더운 줄모르고 오히려 햇살을 즐기는듯 방긋방긋한것이 참 나보다 나은 넘들이구나.
두루미들도 상류것들은 사람이 지나가도 반응이 없는데, 아래 마을 애들은 2미터전방에서 놀래 날라간다.
제들도 함께 날라가는걸보니 스스로의 소통하는 언어가 있겠지?
성 프란치스코는 새들과 소통이 됐다는데
나는 영 아니다.

흠~~

다시 힘내서 나의 비장의 무기 헤드셋을 낀다.
`하늘 높은 데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우~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펴~엉화`

산티아고의 새벽, 아침마다 걷기시작하면서 들었던 국악미사를 들으며, 육체를 마비시키고 마지막 3킬로를 매진한다

갑자기 나타난 모터 배가 물을 가르며 올라오는걸보니 강물이 더 깊어졌구나를 알게된다.
강은 내려갈수록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진리다.
내려갈수록 더 내려 놓을수록
더 깊어지고 너른 마음이된다.

세시 승촌보 도착,
영산강문화관 매점에서 환타한잔!
넘 시원하고 맛났다.

말많았던 사대강 시업의 일환으로 정비된 영산강 승천보에 대통령 이** 비가 있어,
그의 이름을 모자로 애써 가리고 사진찍는 나는 누구인가?
ㅋㅋ

오랫만에 초복날 줄줄 땀빼고 내자신의 인내심을 확인했다.

영산강,
이제 곧 지석강이 합쳐지고 하구언까지
유유히 흘러 종국에는 바다,
더 너른 바다에 합류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것이다.

또한
우리도 그러할 것이다.


후기)저의 자전거 여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땡!입니다
두발로 걷는 것이 역시 최고의 명상이라는 깨달음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