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9 목요일 32th

고조 ᆢ ᆢ 산티아고 데 콤파스텔라 대성당
(5km)

새벽 두시 반 잠이 깼다.
조용히 일어나 호텔 밖으로 나갔다.
이곳 요한 바울로 2세 알베르게겸 호텔은 산정 위에 있어서 별들과 아주 가깝다.

쏟아지는 별들과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하고 크로와상 같은 초승달과 만나다.

낮에는 햇빛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았을 뿐,
저 많은 별들이 낮이나 밤이나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Be the stars and shine!.

콤파스텔라 ㅡ 별들의 들판.
2000년전, 야고보 사도도 이 별빛을 보고 길을 찾아 걸었으리라.
그 당시에는 비록 단,일곱명의 제자만 전도가 된,
세상적으로 보아서는 실패한 전도여행이 었겠지만 이천년이 지난 오늘,
동방예의 지국인 한국에서 그것도 광주에서 이곳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을 온 나를 생각하면 하느님이 하신 일은 위대하고
놀랍고,신비롭기만하다.

새벽 6시의 알람이 나를 깨운다.
공용 알베르게와는 달리 부시럭 거림도, 사람도 없는 고요함속에 일어나 목욕을 했다.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내면서 나름대로 보이는 육신부터 정결의식을 행했다.

일찍 챙겨 나와 다시 까미노를 찾으니 바로 앞에 요한 바오로 2세가 오셨다는 기념비가 산정에서 우뚝 서서 찬란한 아침 햇살을 맞고 있었다.

쭉 내려가니 바로 산티아고 데 콤파스텔라라고 쓰인 표시판이 크고 빨갛게 쓰여져 있었다.
아!
도착했구나.
까미노가 끝나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9시반,
아직 대성당까지는 3킬로는 들어 가야한다.
일단 아침을 먹고 들어 가자고 제안한다.
갑자기 아쉽기도하고 조금 여유를 갖고 싶기도하고, 배도 고프고, 여러가지 짬뽕된 마음이 그렇다.

왕클랩,크로와상과 토스트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놓자니 괜히 울컥해지면서 눈물이 나온다.

눈물 젖은 빵,

나도 알 수없는 눈물이다.

빵 앞에서 훌쩍거리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냥 놔 두었더니 또 저절로 가라앉는다.

밥먹고 티나랑 손잡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간다
같이, 걸음 걸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찬송가를 다 부르고 찬양하며,
주의 기도 7번, 성모송7번 영광송 7번 그래도 아직 아니다.
마지막으로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니 대성당이 보인다.

`이 세상 나그네길은
지나는 순례자
인생에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때

천국에 순례자,
본향을 향하네 본향을 향하네

이세상 지나는 동안에,
이세상 지나는 동안에
괴로움이 심하나 괴로움이 심해 심하나

기쁜 찬송 주예수님
은혜로 이끄시네 이끄시네

생명강 맑은 물가에 백화가 피고
흰옷을 입은 천사
흰옷을 입은 천사

찬송가 부르실때,
찬송가 부르실 때

영광스런 면류관을 받아쓰겠네`

10시,

아~ 다 왔다.

때마침 스코트랜드 파이프 피리를 불러 우리를 환영하는 듯 ...

첨탑에 햇살이 비추어 대성당이 반짝 거리는지 우리가 반짝거리는지 모르겠다.
.
.
.


가방을 들고 대성당에 들어갈 수 없어 일단 어제 예약한 호스탈 마퍼(pension mafer +34 981 58 43 22)를 찾아 갔더니 들어 가는 방법이 좀 헷갈렸다.

엘리베이터인데 우리는 그것이 문인지 엘리베이터인지 너무 작아 햇갈렸다.
배낭까지 매고 있으니 한명만의 공간정도의 작은 엘리베이터여서 내가 먼저 올라가서 확인하니 이층에 호스탈에 내리고 직원이 맞이 해준다.

열쇠 세개를 주면서 한개는 방키, 호스탈 들어오는 키 한개 나머지는 가장 처음 들어오는 곳 키 하나이다.

쉽게 말해 너가 자율적으로 나갔다 왔다 알아서하고 아침 먹고 가면된다 이런식이다.
일인당 30유로이니 알베르게의 여섯배의 값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 멋지고 의미있는 곳,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이고 무엇보다도 고생한 티나가 좋아하고 이렇게 이쁘고, 오랫만에 멋진 호스탈로, 대성당하고도 가깝다.
앞방에 까미노에서 만나 알고 있는 젊은이도 있고해서 같이 시내구경하기로 약속도 했다.

대성당의 미사는 평일아침 7시, 9시미사가 있고 12시에 순례자들을 위한 대미사가 진행된다 하여 짐만 대충 풀고 대성당으로 갔다

11시10분밖에 안되었지만 앞자리가 없다.
모두들 일찍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타나와 나도 자리잡고 앉아 며칠 전부터 생각날때마다 미리 적어 둔 이름들을 한명 한명 부르며 주님의 사랑과 은총, 자비와 축복을 빌었다.

그리고 여러명의 신부님들이 고백소에 앉아 계셔서 나도 고백성사를 했다.

비록 신부님께서 잘 알아듣지 못할 한국말로 눈물 콧물 흘려가며 신부님의 손을 잡고,
죄를 고백하였더니 그 분은 나를 위로하며 스페인 말로 축복해 주셨다.
유일하게 내 귀가 번득하게 들어 온 말,

께 디오스 데 벤디가! (God bless you!)

그 말만 들었다.

12시가 되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웅장한 파이프 올갠 소리가 대단 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함께 온몸으로 바쳤다

까미노를 걸으며 계속해서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테이프가 돌아 갔었다

주님의 기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성체성사가 끝나고 미사가 끝났다.
나의 대장정의 마무리가 지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처럼 기도 드렸다

산티아고 기도문 (받아주소서)

주여,
저를 온전히 받아주소서

저의 모든 자유와 기억과 지식
저의 모든 의지와 제게 있는 것과
제가 소유한 이 모든 것들을 받아주소서.

주님께서 이 모두를 내게 주셨으니,
당신께 이 모든 것을 되돌려 드리나이다.

이 모든 것은 주님의 것이오니,.
온전히 주님 뜻대로 하소서.

당신의 사랑과 은총 으로
내 잔이 넘치나이다

하느님,
나의 아빠
온전한 감사와 찬미 받으소서.

아 멘

2015.7.9.12시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마리아 도미니카 드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