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2 목요일 25th
포르트마린ᆢ ᆢ ᆢ가조르(7.9km)

부엔 까미노!
아침 안개속에 출발하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은 늘 지루하다
하지만 이곳 포르트마린은 다르다.
높은 곳에서 강물을 향하여 내려가는데 물안개가 뭉실 뭉실 올라와 장관을 이룬다.

포르트, 항구.
마린, 바다.
높은 산등성이에 이렇게 크고 깊은 강이 있으니 그 이름이 당연하다.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당신은 내가슴속에 살며시 피어났죠
ᆞᆞᆞ"
물안개와 추억은 늘 그리움이다.
우리 선배가 제일 좋아 했던 노래이다.

아침에 순례자들이 줄을 지어 내려오는 것을 보는 것도 장관이다.
강가에는 노란 꽃들이 만발해 있고 빈배, 한척만 나루에 매어져 있다.

장자의 빈배.

에고를 없앨려고 노력하는 것도 더 채우는 욕심이라는것을 알았다.

그냥 사는 것.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는것
삶에 대해 지켜보게 되는 것.

물이 부쟁하지 않게 되는 것도 제시간이 있는것 같다.
길을 걷는 이유조차도 생각나지 않는 상태가 되어간다.

달팽이의 까미노를 보면서 저 애의 70센티는 얼마나 걸렸을까?
새벽에 먼 일로 그 길을?
산책?
이웃 마실?
아침밥 먹으러?
달팽이는 이슬먹고 사나?

모두가 내가 만들어낸 상상이다.
달팽이는 그저 걷고 있을뿐인데도
나에게 만들어지는 수많은 상념과 동일시라니
...

오늘은 소나무 숲길과 도로를 따라가는 평탄한 길이어서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자전거족들이 도로를 신나게 내려가며 부엔까미노를 외치는데 나는 한국말로 안녕을 외친다.
생각해보니 너무 한국말을 안했다.
오늘부터는 올라, 부엔 까미노보다 안녕!으로 대답하기로 하니 좀 더 깨어나는 것같다.

마치 지리산 솔숲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속에서도 다리가 안 아팠으면
더 행복하게 걸었을까에 마음이 미치니
좀 그렇다.
그래도 좋다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걸으며 내안의 요요마와 온전한 다이알로그를 즐기게 된다.
다시 소침묵 모드로 들어가야겠다

11시 반 가조르에 다 왔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다. 배고프다.
야채사라다와 감자튀김 달걀후라이를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햇볕을 찾아간다.

그늘에 있으면 금새 추워지고 햇볕에 있으면 등이 따뜻해져 잠시 졸았다.
어제밤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더니 오전에 힘들었다.
나의 이빨가는것도 신통력이 떨어진 것같다.
더 내공이 쌓여야한다

새벽에 깬 덕분에 여고동창 까톡에 들어갔다 오랫만에 나의 정서를 자극하는 시를 다시 만났다.
미당의 무등을 보며.

무등을 보며
ㅡ 서정주

가난이야 한낫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속에
갈매빛 등성이를 드러나고 서있는
여름산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의 새끼들를 기를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오후에 때가 오거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아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풀 쑥구렁에 누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

거의 이십여년 나는 갈매빛 무등이라는 색이 궁금하여 무등을 바라보곤했다.
내가 사랑하는 깊고 짓푸른 보랏빛 갈뫼, 무등산,
여고때도 전남대학 캠퍼스에서도 나는 무등을 보며 꿈을 키웠다
무등산은 나에게 큰 바위 얼굴 같은 산이다.

나의 삼십대는 토요일마다 혼자서 그 산길을 휘돌아 종주를 하곤 했다.

꼬막재ㅡ 귀봉암 ㅡ 지공너덜강 ㅡ 장불재 ㅡ입석대와 서석대에 올라 다시 중머리재로 ㅡ 토끼등 ㅡ 너덜강 ㅡ늦재로 해서 산장에 오면 해가 뉘울 뉘울 서쪽으로 넘어가고 도시는 하나둘씩 네온이 켜졌다.

나는 그 길을 홀로 걸으며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꿈이 었을까?

그때도 지금과 거의 비슷한 성향이었겠지만
사실 나는 많이 달라져 있다.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의 여정에 관한 여러가지가 ᆞᆞᆞᆞᆞ

세월이 강물같이 흘렀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같은 물을 만날 수없다

제행무상,
제법무아라,

끊임없이 변화하는게 삶이니 .....

무니씨팔이 길가에 있어 우리가 2빠로 도착하여 짐풀고 즉시 시에스타타임.
자고 일어나니 벌써 5시가 넘었다.

정확한 스페인식 스타일, 스스로의 적응력에 감탄하며 오늘의 저녁은 어제 사온 라면과 감자를 삶아 맛있게 먹었다.

더군다나 티나는 식후 티에다 커피까지 해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
여기서 만난 한국 젊은 친구도 감탄하는 솜씨다.

오늘 카톡에서 지난번 만난 유아영 친구가 어제 우연히 성당에 들럿다가 신부님께서 너가 이 길을 걷는 것은 누군가를 위한 기도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너무 공감이 되었다.

`누군가를 위한 기도`

그 누구가 꼭 특정한 사람일 필요가 없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기도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것 아닌가

갑자기 달팽이의 까미노가 궁금해진다.
달팽이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까?

나는 가끔 사차원이 된다.
이글을 미숙이가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카톡 피겨를 가져오고 싶다.

?하고 고개 까우퉁하고있는 약간 멍한표정의 그 그림이 난 왠지 정이 간다.

칠월이 되니 에너지가 바뀌어감을 느낀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진다
나의 휴가도 줄어간다.

요요마야!

즐겨라.

모든 것이 늘 제시간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