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29 월요일 22th
폰프라다 ㅡ사리아 ᆢᆢᆢ 바르바델라 (4.5km)

부엔 까미노!

새벽 5시 십오분에 일어나 짐챙기고 식당에서 어제 사온 과일과 빵을 먹으며 불안한 마음으로, 지나가는 스페인 아줌마에게 공중전화 돌려주며 택시를 불러 주라고 하며 1유로를 넣었는데 0.25유로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끝났다.
50센트 넣어야한디, 후회 막급하지만 어쩔수 없다.
혹시 택시가 늦게와서, 6시 51분 기차를 놓치는 것보다는 더 낫다.

알베르게는 정확히 6시에 문을 열리고 기다리던 순례자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택시가 어젯밤 걱정과는 달리 부른 지, 오분내에 도착해서 미숙이와 진한 포옹으로 서로의 여정을 잘 마치고 다시 길에서 만나든지 아니면 산티아고에서 만나기로하고 헤어졌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친구니 걱정이 안된다.
혼자 걸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티나와나는 렌페 역에서 내려 카페에서 커피를 두잔 시켜놓고 기차를 기다린다.

다음은 기차를 기다리면서 두여인의 대화다

`택시값이 12000원(10유로)이나 나왔어`

`괜찮아, 광주에 있다고 생각해`

`우리 여행중 날마다 6000원의 여인숙(알베르게, 5유로)에서 자는 것이 처음 이제?
근디 너 돈 많냐? `

`아일랜드가면 돈 부쳐 놓았으니 괜찮을거여
그냥 커피 마셔`

이런 단순하고 말도 안되는 대화가 이번 여행의 백미다.

그런데 기차가 안 온다.
우리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성격상 혹시나해서 몇번이나 역무원에게 확인한 결과 한시간이나 연착이란다.

기차가 연착?
우리상식에는 정말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연착이라니 기다릴 수 밖에.

프랑스 떼제베, 독일 이체, 일본 신간센, 한국 케이티엑스, 스페인은 렌페다.
어제 두사람이 티켓사러 왔다 간 보람이 없지만 어쩔수없다.

7시 51분 기차가 오고 우리는 일등석에 앉았다 비행기 비지니스석처럼 의자도 편안하고 환경이 좋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나가는 풍경이 너무 좋아보인다
명경지수에 비치는 산그림자와 나무들이 평화롭고 좋다.

저 산길을 걸어야하는데 그림의 떡이구나 현재의 나의 발사정이 이러하니 욕심을 버려야한다.
언제가 기회가 되면 또 걸을 수 있겠지에 마음을 위로한다.

두시간 기차속에서 국악미사 드리고 음악듣고 있자니 다락도 생각나고,
클래식 음악이 그립기도하고,
아바도와 특히 번스타인의 말러 교향곡 부활이 귀옆당구를 때린다.

산티아고에 오기전에 한참 베토벤에 빠져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것을 일번부터 듣고 있었는데
다락은 낭만주의가 끝나고 멀하고 있을까?

목요일마다 다락크래식음악감상실에 가서 밤 7시반에서 10시까지 음악을 들었었다.
너무나 힐링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원래 음악보다는 미술과 미술사에 관심을 두고 공부도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락을 알아서 낭만주의음악부터 공부중이었다.

매년 연말에는 베를린 필하모니가 송년 음악회를 하고 신년에 비엔나 필하모니가 신년음악회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년전부터 충장로에 있는 충장 메가박스 극장에서 실시간 중계한다.

나는 올해 가보았는데 비엔나 필의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들과 푸른 도나우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

미리 곡을 공부하고 들어보고 갔더니 더 좋았다
물론 베를린 필때는 너무 며칠간 열심히 예습하고 가서 인지, 곡들이 너무 모른게 많아 많이 졸았다.
옆에서 티나가 그러니까 어제밤 그만 찾아보고 자야제 미리 공부하고 즐기려는 것때문에 본 게임에서 자고 있으니 이것이 먼가하고 핀잔이었다

그것이 나의 모습인지도 모르것다.
일단 알고 가야하는 것.
목적 지향적은 아니지만 가끔 그 순간을 놓치는 단점이 있다.

그냥 즐겨라.

그래서 이곳 산티아고를 올때 조석필 선생님 책 두번 읽고, 파울로 책 다시 읽고 그냥 왔더니
내친구 미숙이가 고생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머든지 닥치면 다한다.
나는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다.
뭐든지 맘먹으면 바로 관심 집중해결한다 아니면 그저 무관심하다.

식성도 편식이 심해서 차려 놓은 사람의 정성이 가끔 무색하게 해서 미안할 때도 있다.

이런 성격을 바꿀려고 생각해 본 적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살면서 좋을때도 많았고 안 좋을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순간 순간 알아차리면 그만이다.

타인에게 무관심이라는 상처를 주지 않은 방향에서 잘 이용하면 앞으로 나아가게하는 불(에너지)로 작용할 수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단점이나 실수로 인해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비난해서는 안된다.

다만 외면 당한 자신의 한부분을 냉정히 관찰 할 수있는 능력이 있다면,
상황상황에 잘 대처하고 실수가 되더라도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다른 방향으로 갈수 있으면 된다.

너무 많은 상념들은 동일시이다.

그냥 마음을 나와 무관하게 지나가는 저 무심한 산들과 강과 안개속의 하늘에 두어본다.

사리아에 내리니 10시가 이미 넘어버렸다.
까미노를 찾아야한다.

지도를 챙겨서 연구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마을 중앙을 향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티나가 브레이크!!

바로 우측으로 가면 바로가는데 왜 돌아갈라고 하느냐,

맞아 내가 왜 이런다냐?

다시 길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에게 물으니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나무람시롱 마치 당신은 가만히 있어 내가 제대로 알려 줄랑께의 분위기다.
제스쳐로 요리 쭈욱가다 좌로 우로 난리다.

뮤초 그라지아! 할머니!

나는 방향만 맞게 가고 있구나에 만족했다.

이분후 하얀 옷을 입은 뚱한 천사가 지팡이지고 나타나더니 다리건너 가면된다고 한다 .

그 다음 순간 티나와 나는 보았다.
노란화살표를 ....

노란화살표의 안전함과 편안함과 안정감과 기쁨이라니 ㅎㅎㅎ

우리는 오늘 4.5 km 바르바델라까지만 갈 예정이다.

11시 반, 바르바델라의 아주 이쁜 사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이곳은 일인당 9유로하고 더 좋은방은 41유로라고한다.

한국에서라면 당연히 41유로(육만원)에 멋진 펜션방을 골랏겠지만 둘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잠만 잘건디 그냥 만원짜리로 가자가 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너무 웃긴다.
여행 오면 어떤 상황이 될 줄 모르니 이렇게 되는 것이 정상이고 우리는 이미 순례자가 되어있다 외견 상으로는...

그리고 9유로짜리 필그림 메뉴를 두개 시킨다. 먹다보니 더욱 웃긴다.

9유로 하루밤, 9유로 한끼밥.

왠지 언발란스이지만 오랫만에 비노를 두잔 마셨더니 얼굴이 벌개진다.

일단 시에스타를 즐기기위해 한잠 때리고 일어나도 네시.

주변을 돌아보니 너무나 풍경도 좋고 수영장도 있다.
저녁은 간단히 티나것으로 시킨 야채샐러드 얻어 먹고, 아이스크림 한개로 끝냈다.

다시 코엘료모드로 들어가서 책을 읽는데 우연히 폰페라다의 템플 기사단이야기와 성에서의 의식이 쓰여진 부분이 있었다.

어제 티나와 미숙이가 찍어온 사진들이 그 곳이었다니 ...
나는 다리아파서 알베르게에서 책읽었던 곳이다.

하느님이 아직은 그곳이 나에게는 아닌 곳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코엘료도 검을 못 받고 나도 못받고 폼페라다를 떠나왔다

그는 검을 찾는 이유에 대한 결론을 검을 어디에 쓸것인가를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나도 무엇을 해야할지 하나의 마음이 들어 왔다.
돌아가면 내가 하고자 한 일을 할 것이다.

수영장에 가보니 수압이 세게 물이 나와서 발맛사지를 찐하게 하고 있는데
어떤 뚱아짐이 수영복입고 옆에 앉아
너는 저쪽에 발대고 맛사지해라 알려주었다.

어디서 왔니? 한국.

너는? 캐나다.
2012년부터 해마다 세번에 나눠 걷고 있어,

너는? 나는 생장부터 시작했는데 중간에 발목아파서 사리아로 와서 다시 걷고 있어 달팽이처럼.

너 머하는 사람이냐?
나? 나 의사여.

머전공?
나 유방 갑상선 암 전공인 서지칼 온콜로지스트야 했더니,

갑자기 자기 꿈해몽해주는 베스트 프렌드가 일주일전에 유방암수술했다고 눈시울을 적신다.

유방암이 예후가 좋은 암이고 항암이 잘 듣는 암이니 걱정할거 없다고 위로 했더니,
나를 만나 너무 위로가 된다고 감사해한다.
여기까지와서 오지랖을 넓혔다.
그녀의 친구를 위해 기도 드린다.

햇볕에 달구어진 수영장타일위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보니 전 우주가 꽈악 차온다.
눈을 감고 듣기훈련에 들어갔다.

시냇물소리처럼 졸졸 거리는 수영장 물소리,
온갖 새소리들을 한마리 한마리씩 구분에서 들어보기
다양하게 소리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를 개별적으로 들어보기.
한참을 듣다보니 내몸속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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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에 우주에서 별들이 지켜 보고 있겠지

산티아고 콤파스텔라.
이천년전에 야고보 성인은 별들을 보고 별길을 따라 이길을 걸었을게다.

내 마음의 별길이 환해진다.

나도 그 길을 따라 간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