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28 일요일 21일째

라바날 데 까미노 ᆢ ᆢᆢ폰세바돈(5.9km)

ㅡㅡㅡ폰페라다


부엔 까미노!


암흑은 인간을 자게한다.


덕분에 우리 네명(아일랜드에서 온 캐서린 포함)은 커텐 쳐서 빛이 안 들어온 깜깜한 방에서 개운하게 7시10분까지 자버렸다.


중간에 깨는 나의 버릇은 갱년기증상이 아니고, 도시의 밝음때문이라는 나의 의구심을 확인시키고 자기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All is gone."


나는 처음 이소리를 들었을 때 우리 모두 잠들어 있어 천국으로 가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문열어 보니 순례자들이 전부 가버리고 우리방 네명만 남은 것이다.

ㅎㅎㅎ


어차피 우리는 적게 걷고 폰페라다로 갈 예정이니 문제없다.

오늘 늦게 떠나도 되니 몸도 맘도 느긋하다.


조용하고 평화로와, 명상하고 쉬기도 좋은 라바날 알베르게를 잊지 못할 것같다.


오늘은 폰세바돈까지 천천히 걷으며 미숙이랑 서로가 헤어져 있었던 30년의 간격에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했다.


미숙이랑 이야기하다보니 나의 생이 오로지

환자들을 케어하고 살았고,

노력도 했지만 누군가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

그리고 미숙이도 주님을 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내친구 미숙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둘이서 눈물빼고 울었다

언제나 밝고 씩씩한 내친구,

하느님이 사랑하고 축복하시는 은총이 가득한 사람.

사랑하고 존경한다.


오랫만에 평지가 아닌 산 길을 걸으니 너무 좋다

폰세바돈의 약간 가파른 산을 올라가니 눈앞에 광활한 평야와 지평선이 보인다.

우리는 역시 산 체질이다.

점심으로 야채 새러드를 먹고 주위를 살피니

이 알베르게 레스토랑은 주인이 명상하는 사람인 듯, 여기저기 레이키, 오쇼사진과 글귀.

옴 그림, 티벳트의 눈동자 등등 익숙한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맛있게 먹은 후 그 집의 나라시 차를 타고 폰페라다로 향한다.


가는 도중, 철십자가가 있는 산 정상에서 잠시 내려서 인증삿을 하고 십자가 아래 티나와 나와 미숙이의 돌을 올렸다.


께 디오스 데 벤디가!


폰페라다의 성 니콜라스 알베르게에는 이미 많은 순례자들로 차 있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으러 식당찾기가 너무 힘들다

겨우 찾은 리스토란데도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고 다른 곳은 8시에 문을 연단디 미치것다.


아~~~

배ㅡ고ㅡ파~~~~


오늘 먹은 것이 겨우 토스트 두개와 커피 한잔 그리고 낮에 먹은 야채샐러드가 전부인디, 다리는 아프고 배고프니 온갖 것이 힘들다.


까미노에서는 큰 도시가 너무 싫다.

음식점 찾아 걸어가는 것도 다시 되돌아 오는 것도 모든 것이 차없이 오가야하니 다리아프고 배고픈 나로서는 너무 힘들다.


겨우 수퍼마켓이 딸린 카페에 가보니 눈이 보배라고 닭다리가 보인다.


징한 놈의 닭이지만 살기 위해서 먹어야한다.

벌써 20일째 닭을 먹고 있다.

아마 평생 먹을 닭을 이 여행에서 다 먹을것 같다.

닭날개 네개와 닭 허벅지 다리를 두개먹고 더워서 맥주 두잔하니 세상에 부러울것 없다.

먹는 거 정말 중요하다.


예전에 수술방 수간호사가 그랬다

원장님이 수술하다 화낼 때는 대개는 배고프실때다고...

ㅎㅎㅎ

그아이는 나를 잘 파악한 노미라 선생.


그래서 나는 날씬한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여고 이후로.


초등학교때는 농구선수였으니 허벅지 근육이 단단했고 중학교까지 그 몸매유지 되었다.

근데 중요한건 내가 내 바디이미지를 그렇게 크게 가치부여를 안한 거였다.


살면서 두번정도 다이어트해서 15킬로씩 뺀 것도 어느 날, 혼자 일본유방암학회 갔다가 찍은 사진속의 내 몸이 너무 두껍게 여겨져서이지, 건강 상이나 미용의 문제는 아니었으니 내가 몸에 대해 얼마나 둔했는지 ...

이제부터는 더 예민하게 몸에 깨어 있어야겠다.


오후 8시가 되어도 태양이 땡볕이다.

그래도

먹을 것 찾아가는 길보다 먹고 돌아오는 길이 더 덜힘들고 더 행복하다

단순한 요요마

먹여 놓으면 행복해하고 순해진다.


천천히 걸어와 성 니콜라성당에 도착.

일요일 저녁미사를 드렸다.

아주 적극적인 신부님이 성찬식전에, 주님의 기도 드리는데 일일이 각국의 사람들에게 자기나라의 말로 하라고 해서 오랫만에 세명이

우리말로 낭낭하게 울려퍼지는 주님의 기도를 한다.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저희 구하소서

아~멘"


마지막으로 순례자들을 앞으로 나오게 하시드니 성수를 뿌리며 축복해 주시는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모르겠다

왜 그런지,

그냥 쏟아지는데로 나를 가만 두었다.


주님의 한량 없는 위로가 감사해서 였을까

나도 모르겠다

무어라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

때로는 공감이라는 함께함의 힘을 믿는다


오늘도 미숙이와 티나는 아픈 나 대신 기차표 사러 왕복 2키로나 걸어 갔다왔다.

인터넷으론 솔드아웃이었는데 역시 표가 있었다.

두사람에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했다.


혼자 앉아서 계획 수정에 들어간다

내일부터는 오전에만 걷고

오후에 휴식

저녁에는 성당에 가서 미사보기로 결정하니

삶이 갑자기 즐거워졌다


나의 지독한 리얼리스틱 라이프의 전형이다

나의 합리주의와 현실 적응력도 인도하심이라 믿는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요요마야,


쉬어라.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