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22 월요일 제15일
이테로 데 라 베가 ㅡ프로미스타 (14.5km)

부엔 까미노!
어젯밤 과음에 새벽잠을 깨우고 속도 쓰리고 다리 걱정에 계속 뒤척이다,
7시에 기상.
오늘은 어떻게 걸어봐야지, 머리와 몸은 확실히 다르지만 그래도 믿어보자 내자신을.

안티푸라민 바르고, 셀레브렉스 두알에 아스피린 한 알, 근이완제 한알을 몽땅 한입에 털어넣고 엘라스틱밴디지로 얭클을 묶고 배낭메고 출발한다

국악미사곡을 들으며 걷는데 기도 제목이 바뀌었다.

"주님~~~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

제가 이발로 산티아고 데 콤파스텔라 대성당까지 가서 기도하게 하소서"

여기가 메세타 평원이긴 한가보다.
너른 들판에 끝없는 밀밭과 지평선이 보인다.
나는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가고 있어 해를 등뒤에서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간다.
그것도 절룩거리며 걷자니 벌레들까지도 달라붙어 건드리는 것같다.

아이들 먼저보내고 내스타일로 천천히 걷는데
갑자기 아침도 못 먹고와서 배가 고파진다.
두시간쯤 지나니 배고프고 다리아프고 아! 우짠다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부엔 까미노하면서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
근데 선한 사마리아 인이 나타났다.

노란 옷을 입은 뚱뚱한 스페인 사람이 나를 부르며,
너 어디서 왔니?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왔어,
이름 머니?

요요마야, 니는?

실비아야
근데 니 머 필요한거 없냐?

순간 배가 더 고파서,
근데 너 캔디 있냐?
나 배가 고프다 했더니 이 사마리아인이 비스켓빵을 주고, 더불어 지나가는 사람에게까지 사정이야기하니 그 사람들은 배낭마저 내려놓고 사과를 한 개준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양쪽볼에 키스 쪽쪽해주었다.
뚱뚱하지만 밝고 맘씨좋은 실비아님께 감사드리고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살면서 이런 식의 벡깅(begging)을 해본 적이 없어서
눈물이 나게 감사했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남의 일을 상관하지 말고 그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것이 낮다고 배웠고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때로는 선한 관심을 가져야한다가 맞다.

상대방의 짐을 대신 져줄 필요는 없지만, 어려운 이웃의 짐에 관심갖고 살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실비아!
부엔 까미노.

오늘은 14.5킬로만 걷기로하고 프로미스타까지 왔다.

온 도중 내내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영광송에 혼자 부르는 찬송가와 찬양에 취한다.
더불어,
양희은이 대신 불러주는 찬송가가 너무 나를 업시킨다

"나 어느 날 꿈속을 헤메며
어느 바닷가 거닐 때.
그 갈릴리 오신이 따르는 많은 무리를 보았네 나 그때에 확실히 소경이 눈을 뜨는것 보았네 그 갈릴리 오신 이, 능력이 나를 놀라게 하였네

내가 영원히 사모할 주님!
부드러운 그 음성을

나 뵈옵고 오늘로부터
내 구주로 삼았네"

두시반에 무니시팔 알베르게(공용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목욕하고 다리뻗고 소파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는가!

오늘부터 금주 모드로 들어가서 1.5유로주고 환타한개 빼서 시원하게 마시니 만사 오케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