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을 보며




새벽녁 동이 터오는 무등을 보며 마음은 순간이동하여 오래전 초등학교시절로 내려간다




그 시절 나는 수창초교의 농구선수였고 방과후 운동장에 주전자에 물을 채워 물로 줄긋기하여 코트를 만들고 드리블 연습,서로 췌스트 볼 나누기, 프리드로의 투샷...



키가 유난히도 크고 늘 선글라스를 낀 코치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해질녁까지 운동장을 갈고 다니며 기초체력을 닦았다.




여름 방학이 되어서는 운동선수가 무식해서는 안된다는 선생님덕에 수학문제도 함께 공부시켜주신 코치선생님은 후에 조선대학 교수님이되셨다




새벽에 일어나 무등을 보며 날이 새는 것을 광주공원에 올라서 보고, 운동이 끝나면 돌멩이를 친구삼아 차면서 집으로 돌아 올때도 늘 무등은 말없이 날 지켜보고 있었다




그 후로도 쭉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



그 꿈나무, 운동선수는 중학생이 되고, 무등산하 조대여고에 다니며, 미당의 갈뫼빛 무등을 눈안에 품고 늘 그 미묘한느낌을 남몰래 사랑하고 갈구하며 늦은 사춘기를 보냈을것이다




어느해 봄날,



전남대 용봉캠퍼스로 향하던 황금마차안에서 올려다 본, 무등의 당당한 위풍이라니



소녀는 그때 처음으로 무등에서 큰바위얼굴을 보았다




가슴속을 빛나게하는 산



갈뫼빛 무등의 정상은 투구를 쓴 장군보다 더 당당하고 믿음직하고 한없는 가슴으로 포옹하고 있었다.




큰바위 얼굴의 전설을 가슴에 묻은 그 시절의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돋보기를 콧등에 걸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무등



큰바위 얼굴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




이 새벽 동트는 무등을 보며 강물처럼 흘러간 시간의 길들로 아인쉬타인-로젠의 다리처럼 순간의 공간이동을 한다




슈르르르 쫘악~~




가슴에 찍어온 점들이 생명의 강물이 되어 흘러가고



나는 빈배로 그 강물에 몸을 실어



바다로 바다로 흐러가리라




생명의 강



그 아름다운 강에 몸을 고요히 담아



본래의 그바다로 ...




강물이 그인지 그가 강물인지



파도가 바다인지 바다가 파도인지




그대여,



여명의 아침 바다,



이 찬란한 찰라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



소금처럼 하얀 사랑으로 서로를 품어주자.




2014, 계사년 11월26일 신새벽



무등산하 요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