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07
돌로미테 트레킹 3일차

페데루산장 ㅡ카파나 알피나ㅡ스코티니 산장  (14킬로)

오늘은 주님의 날이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산행을 가지않고 카고백과 함께 쉬다가 카고백이 되어 카파나 알피나로 옮겨져 그곳에서 산악용도로로 다시 카고백이 되어  옮겨질 것이다.

아침 일곱시 컵라면으로 식사를 맛있게하고, 7시 55분 즐겁게 떠나는 다른 대원들의 뒷모습을 마음에 담았다.
동기인 조교수가 아나보릭 스테로이드인지모를 근육보강제를 두개 주어서 사랑으로 받았다.

우리는 의과대학 같은 실험조에 전남의대 외과의국에서 함께 트리이닝을 받았다.
그는 간담췌전공 의과대학교수로 나는 개업의로,
같이 먹은 술은 브라이스호수만 할까?

늘 무심한듯하나 따뜻한 심성을 가진 내친구는 의사로서도 매우 훌륭하고 철저한 교수가 되었다.

친구들이 떠났나 약간 조용해진 산장의 커피숍에 앉아 밀크커피를 한잔 마시며  인터넷을 서핑중,  베토벤교향곡 7번을 듣기로한다.

역시 7번은 칼를로스 클라이버의 로얄 컨쳐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연주가 최고인것같다.

생전에 클라이버는 어떤 오케스트라에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지휘자.
그가 로얄 컨쳬르토 극장장에 전화해서 언제 어디서 지휘하겠다고 전화만해도 극장장이 좋아했다는..
그는 냉장고가 비면 지휘한다고 카라얀이 말했다한다.
그의 지휘를 세밀하게 듣다보면
금방 그에게 반하게 될터.

3악장이 되니 익숙한 멜로디에 정신이 나는 것같다.
청중들을 갈채가 쏟아진다.

창밖으로 다양한 풍경.
산장에 도착하고 쉬었다가 다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떠나는 사람들.
그냥 풀어버리고 햇살아래 앉아있는 사람들,
아이들 그네 태워주고있는 부부,
이곳은 페데루 산장이다.

동서남북이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요새같은 곳에 이런 너른 곳이 옴팎하게 숨어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하다.

얼추보아도 1000미터이상의 바우산들.

구름도 쉬어갈수 밖에.

이탈리아의 커피가 정말 최고라고  최*선교수님이 엄청 칭찬하셨는데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내가 마셔봐도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뒷맛을 주는 커피가 친구가 되어주는 구나.

잠시 어제 함께 한 룸메이트를 생각났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떠오른 말,
"그래, 사는게 중요하지 ''였다

그녀는 같이 온 12명의 사람중에 2명이 여자인데
그중한사람이었고, 어제가  생일이었다.

어제 잠깐 산행중에 들었는데 1996년에 처음 유방암수술 받고 항암, 방사선치료후  재발하고, 또 항암을하고 피부에 암, 지금도 폐에 암덩이가 조그맣게 있어서 항여성호르몬제복용중이라고 했다.

그녀 이야기들으면서 드는 생각,
'그래, 사는게 중요하지'

그녀는 단 한번도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했다고 했다.
치료하면서도 일상을 살았다고했다.

그녀가 두번의 수술과 네번의 항암제 치료을, 계속되어 나오는 병세를 어떻게 감당했을지 안보았지만 내속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현대의학이 그녀를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감사한다고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불행의 보지도, 우울함은 1도도 없었다.

나보다 2살이 더 적었다.
우리는 동시대를 지나왔다.

한사람은 유방암을 앓은 사람으로
 한사람은 유방암수술하고 케어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보면 둘다 그냥  살아온거다.
제 할일을 마땅히 다하면서.

역시 일상을 산다는게 중요한 일이었다.
과거는 지나갔고
오늘  生에 처음맞이하는 이시간을 살자로 서로를 위로하며,
나는 몇십년을 냉담중이라는 그녀에게 생일선물로 내 묵주팔지를 끼워주었다.

언젠가 그녀가 다시 돌아가는 날,
혹시 하느님께서 기억해주시길 기도했다.
늘 마지막이 중요한 거니까.

언젠가는 알게 될꺼다,
그녀가 오늘 왜, 우리는 왜 이렇게 만났는지.

오늘 아침 매일미사에 아브라함과 사라의 믿음에 대해 나왔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사실 옛사람들은 믿음으로 인정을 받았다.

알수도 짐작할수도 없는 곳으로 가라고 하실때
아브라함은 오직 믿음으로 떠났다

다시는 아이를 나을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라에게 하느님은 이삭을 주셨다.

아무도 알수 없는 하느님의 뜻.

그리고 복음에 예수께서 베드로의 물음에 현답을 하셨다.
베드로가,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의 답,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누구도 알수없는 우리의 길,

내의지대로 살아왔고
내의지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돌이켜생각하면 은총이 이끌고 가득한 사랑의 시간들이었다

내가 잠들어 있었때나 잠깰라고 노력하던 때나
깨어 있었던 그 찰라의 순간이나 모두 은총이었다.

그녀에게도 내게도 . ..

가슴깊은 곳에서 쑤욱 올라오는 먼가가 내 고운 눈망울에서 뜨거운 액체로 변형되어 나온다

'눈물 한방울.'

창밖에 아이가 신나게 그네를 타고 있다.

나도 나가서 햇살을 받으며 그를 그려봐야겠다.

내안에있는 "나"
그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조용히 인사하고 싶은 오전이다.

12시가 되니 서빙하는 아가씨가 정획히 나타나서 오더를 청해 토마토 파스타를 시켰다.
가장 만만한 메뉴이지 않는가.
오랫만에 이곳의 음식을 맛있게 깨끗히 한그릇 해치운 쾌감이라니.

오후가 되니 발도 점차 좋아지는 것같다.
오늘의 선택이 낼부터의 5일간 산행에 지대한 영향을 주리라 믿는다.

3시반 카고백들과 함께 까파나 알피나의  카페에 앉아 과일 한컵과 쓰디쓰고 달콤한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고 있다.

카고백만 가지고 나는 잊어버리고 그냥가면 어쩌나하는 약간의 불안감에 카고백 근처에 괜히 한번씩 가본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왜 계속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걸까.
드라이버가 카페에서 커피마시고 있으면 된다고했고 가이드도 어제 잘 이야기했다고했는디,
아, 다시 일어나 확인하러 가는 나는 누구인가?

결국 휴지에 "I'm in  the cafe  waiting for  you."로 적어 놓고 왔다.

4시에 그가 왔다. 바로 알아보고 Hi!

그곳에서 차로는 바로 5분 걸려 S자형 길을 올라왔더니 알파카 두마리가 초원에서 초저녁식사를 하고
모든 대원들은 마지막 코스가 50도 내리막으로 많이 힘들었는지 전멸이다.

젊은 선생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다보니,
이산장에 라인홀트 메스너가 이곳 티롤 출신으로 산장주인과 50년전 찍은 사진이 있었다.

메스너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의 8,000m가 넘는 봉우리 14개를 완등한 이탈리아의 등산가이다.
 1980년, 높이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을 산소호흡기 없이 알파인 스타일로 혼자서 등반한 최초의 인물이고 낭가파르밧에서 동생을 잃은 후 몇년후에 다시 도전하고 동생의 주검도 회수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내가 1979년 예과때 전남의대산악회에  들어가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충장로 1가의 '바람골 산장'에  등산화, 배낭을 사러 다니며 그곳에만 있는 산악인들의 책을 사서 거의 다 읽었다.

메스너의 제 7급이라는 암벽에 관한 책과 낭가파르밧 등정기인 '검은고독 하얀고독'은 아직까지 나의 서가에 꽂쳐있다.

내가 좋아했던 예지 쿠쿠츠카(메스너에 이어 두번째로 14개좌 등정한 산악인)는 안데스에서 산화했으나, 메스너는 볼짜노에 박물관을 만들어 살아 계시다니 참으로 반갑다.

저녁식사때 후배들이 마련한 룸메이트 김선생님의 생일 축하 케익은 멋진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착하고 의리있는 간담췌외과선생님들은 스승을 닮았구나.

점차 해가 지고 산장의 대화도 40도의 리몬칠로 한잔에 취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