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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원장의 살림토크

살림이란 살리라는 명사입니다.(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화려한 휴가 제 8일
관리자
조회수 : 812021.09.25 08:32

화려한 휴가 제 8일
ㅡ 장병도를 가다
2015년 6,7월 두달의 꿈같은 첫 안식년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아일랜드, 그리고 미지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보냈다.
그 시간을 얻기위해 6개월전부터의 예약환자의 정리를 해야했고 32일간의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피레네산맥을 넘었고, 메세타평원을 거쳐 마을과 마을을 들러 성당을 찾아 기도하며, 뜨거운 태양과 바람 그리고 하느님과 내면의 나를 정직하게 만났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물결처럼 흘러 두번째 안식년이 찾아왔다.

다시 6개월전부터 예약환자를 정리했지만 실은 무엇을 할까는 정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첫번째 안식년과는 약간의 성질이 다른 성질의 안식년이기때문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토록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예수회 30일 침묵피정'을 최우선 순위로하고 다른 계획은 나중에 그때그때 생각내키는대로 했다.

냉장고에 너무 많은 음식이 쌓이면 결국 다 못먹고 버리게 되는게 된다는것을 긴 삶에서 터득한 것이 아니었던가.

"예수회 30일 침묵피정"

안식월을 정하자마자 예수회 순천 피정센터를 인터넷 검색했다.
2021년 10월 12일부터  30일간이다.
정확히 나의 석달중, 중간토막의 날들이다.
주저없이  전화를 해서 신부님 면접하고 결정해 버렸다.

평신도가 30일을 침묵중에 피정을 한다고 하니 좀 걱정스러워하시는 눈치지만 이미 3일과 8일 침묵피정을 했고 나는 꼭 이 피정을 해야한다고 처음 대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전화 상의 신부님께 우격다짐한다.

 '나는 할수있다, 해야한다고 나는 이 시간밖에 내生에 없다'를 강력히 주장하여 허락을 받고, 영화 '졸업'에서의 마지막 장면처럼, 더스틴 호프만이 사랑하는 여자를 결혼식장에서 체포해가지고 함께 버스에 올라 타 앉아 지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마지막 6,7,8월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홍수같이 밀려드는 뜨거운 외래환자들과 수술에 매진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진료실밖에 나가 아직도 삼십명씩  기다리는 환자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진료실에 들어 오시면 최선을 다해 드리겠습니다"로 그들의 양해를 구하고 위로했다.

8월 31일. 저녁 9시반 드디어 나는 해방을 맞이 했다.

두평반 나의 진료실을 나오며, 몇몇 친구들에게 카톡을 날렸다.

"당신이 휴가를 얻었을때,
꼭 추천해 주고싶은책 1권, 영화 1편.
여행지 한 곳(국내, 육지 한 곳, 섬 한 곳)
매우 듣고 싶어지는 음악 한 곡.
다시 올라가보고싶은 산봉오리 한 곳
추천 해 주시요.
단한개씩만이요.
잘 생각해보고,
꼼꼼히 뒤져보고,
옷깃도 여며보면서,
장화속도 찾아보고 꺼내보기 바람"

이렇게 날렸더니 다양한 답이 날라왔다.

거의 내가 가본 곳이나 읽은 책 들었던 음악,영화들이었는데 그중 특이하게 안 가본 곳이 한군데가 있었다.

"장병도"

여기가 어디다냐?

인터넷 검색하니 신안군 하의면에 있는 작은 섬이었다. 평범하고 전복과 김,낚지가 주산물  2005년까지 33가구 사는 해안선길이 겨우 13km에 넓이 1.64제곱미터의 아주 평범한 조그만 섬.
한때는 소장병도(외항도)와 연결하여 염전을 만들어 번성하였으나 염전도 쇠퇴하고 전복양식과 낙지잡이로 살아가고 있는 11세대가 살고 있다고한다

여기에 가보라니. 그것도 의미무쌍한 철학하는 진절이 친구가?

그날은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원래의 나의 9월 1일은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호남정맥을, 선정에 서서  그 호랭이 등줄기를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전날의 늦은 진료와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나의 지리산행을 막아 일주일후로 미뤄 논 터라, 오전에 비엔날레를 느긋히 산책후 인터넷 서핑중 최근 최진석교수의 대담을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장병도"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장병도'

내친구, 최진절 珍晢 (최진석 珍皙교수의 아명) 이의 태자리가 묻혀있다는 하의초등학교 장병분교, 그리고 그가 육십갑자를 넘기며 태자리를 찾아가 절을 세번하고 삶의 방향타를 옮겼다고 친구가 말하고 있었다.

그래, 하의도는 김대중대통령의 태자리가 있고 그 옆에 4,6km떨어진 곳에 장병도가 있다니 하의도도 가 볼 겸사겸사 장병도를 가보자로 맘을 먹고 내  오래된 친구에게 하의도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화려한 휴가  일곱째날,
2021년 9월 8일 새벽 다섯시반  친구가 아파트로 왔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배가 뜰려나?
태풍소식도 있는디?
내친구나 나나 둘다 무대뽀, 우리는 산티아고를 함께 걸었던 용사들, 그냥 가자 가서 안되면  목포, 영란횟집 가서 민어에 분풀이하고 오면 되지로 결정하고 고고!

7시 반  하의도행 첫배를 타기로 하고 열심히 여객터미날에 도착했으나 뱃시간이 달라져 버려 배는 이미 6시 반에 떠나버렸고, 뱃고동소리는 커녕, 안개비만 왔다갔다 한다. 안내아저씨가 요리저리 요렇게 저렇게 하의도 가라고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내 속이 복잡해진다.

'내  속목적은 하의도가 아니라, '장 병 도' 인디요~.'

하의도를 들르자니 장병도 뱃시간 안맞아
장병도 못가고,
장병도를 들르자니 하의도를 구경 못해.

 바람이 불어 들어가면 나오는 배가 안 뜰수도 있어.
여러가지 변수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런 때는 일단 스톱해야한다.
 이것이 내 오랜 삶의 지혜니까.

막히고 복잡하면 수술하면서도 나는 일단 '스톱'한다.

"미숙아, 밥 묵자"

오래된 선술집같은 터미날앞 김밥집에 앉아 해장국을 시키고 친구에게 이실직고?

 나는 하의도가 목적이 아니고 장병도를 가야한다.

 진절이 탯자리가 궁금해야 어쩔래? 했더니 최첨단 긍정의 화신인, 내 친구曰  "그라면 거기 가야제 하의도는 담에 갈수있제"로 바로 답이온다.

"오케이, 그라면 일단 일반배로 가자!"

 차에 배싣고 가자. 일단  내려 연륙교로 하의도로 가서 거기서 장병도로 배타고 가자로 결의.
혹시 모르니 김밥 한줄도 비상식량으로 사고 출발.

아직은 태풍이 오기 전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하다.

선상에 앉아  아침도 굶고 비행연습하는 갈매기 조나단을 만나 사진도 찍어주고 넓은 배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한시간을 보내니 하의도에 도착했다.

다행히 십분후에 장병도로 가는 배가 있는데 문제는 곧 태풍주의보가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배아저씨가 자기들도 피항예정이라 갖다가 내려줄수는 있는데 당신들이 나오는 것은 나도 모른다,  못나올수도 있다고 난리다.

요기서 또 선택의 기로.

문제는 내일 뉴라이프 강의가 오후에 있다는 것.  나는 꼭 나와야하고 적어도 내일 오전에는 필히 화순에 도착해야한다는 ...

눈앞에 장병도, 발밑에 하의도.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가자, 가서 해결하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미숙이와 합의후 차를 배에 싣고 무작정 장병도로 향하다.

항구라고 표현하기는 너무 거창하니 포구라고 해야겠다.

배에서 내리니 커다란 돌기둥에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후광 3구(장병도) "
1004  천사의 섬,신안
마을 유래
섬이 길다하여 진절이라하다가 행정개편때 장병도(長丙島)라 부르게 되었다.

長丙島, 남녁에 있는 기인 섬.이라는 뜻이었구나.

뜻밖에 포구에는 멋지게 그을린, 키크고 잘생긴 분이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교수의 연락을 받았단다.

이 분은  임정인 사장으로 내가 연락처는 받았으나 연락은 안하고 배에 내려서 찾아 갈려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진절이친구가 혹시나 해서 미리 연락해 놓은 모양이다.

임사장의 어머님은 진절이친구의 아버님이 이곳, 장병분교 초등학교시절의 애제자셨고 진절이 탯자리도 기억하신 분으로 최근에 아들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들어오셨다고한다.

임사장의 능숙한 운전 솜씨로 십분만에 섬을 한바퀴 다 돌고 언덕위의 멋진 집으로  가서 맛난 점심과 따뜻한 믹스 커피를 마시며 어머니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었다.

방안 가득 붉은 고추가 말려져 있는 걸보니 울엄마가 생각났다.

우리집도 예전에 가을이면 대청마루며 안방이며 온 방마다 농장에서 가져온 고추 말리려고 꼽발들고 내방까지 갔던 일들이 허다했다.

어미들의 수고는 어미의 주름과 고운 미소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준다. 그때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

섬에서  식구많은 집의 큰딸로 태어나 시집가서 아들 딸 낳고 손주들 공부 잘시켜 로스쿨에 회계사합격 했다니 장병도가 터가 좋기는 하나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도를 보니
장병도 앞섬인 옥도와 장병도가 지리적으로 섬들의 중앙에 있어 전략적으로나 풍수(?)적으로나 참으로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목포에서 배가 떳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느긋하게 섬을 걸어보기로 했다.

마을로 내려가는 작은 길,  오른쪽으로 오래된 교회탑이 보인다 십자가의 1/4이 날라갔지만 확실히 교회첨탑이다. 여기서도 예전에는 예배시간마다 아름다운 차임벨이 울렸을 것이다.

자그마만 섬에 교회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섬인구도 줄고 지금은 목사님은 은퇴하시고 사모님만 가끔 들르신다고 했다.

좀더 내려가니 마을 회관이 보이고 어르신들을 위한 정자. 그리고 오래되어 방치된 염전밭에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고 오른쪽으로 옛학교관사(여기서 진절이 어머니가 고통중에 아이를 낳고 사후조리를 하셨을 터)가 빛바랜 시멘트건물로 역사를 드러내더니, 산정 숲속에 가려진 오래된 학교건물과 파란 물통 그리고 조그만 풀들이 우거진 운동장터가 나왔다.

 여기는 ~~~예전의 하의초등학교 장병분교가 있었던 곳으로 2012년 3월1일 폐교되었고 전남도 교육감이 관리중이고 만지거나 손상시 배상청구한다고해서 그냥 사진만 찍을라고 하다가, 경운기로 막아 논 학교 입구를 삐집고 올라가서 교사앞까지 가 본  나는 누구인가?

예전 나의 모교인 수창초교처럼 시멘트에서 물이 나오는 신기한 시멘트박스가 거기에도 똑같이 있음을 확인하고 내려왔다.
다만 세월때문에 이끼가 끼었을뿐...

학교를 나와 왼쪽으로 가니 방파제가 나오고 바로 눈앞의  섬이 하의도이고 멀리 김대중대통령 생가터가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이곳이 썰물이 되면 물이 빠지고 걸어서 간다고해서 나는 정말 썰물 때 걸어서 장병도를 오는 줄 알았다.

4킬로면 한시간이면 걸을수 있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왜 나만 하는걸까?

최진절교수에게 진지하게 하의도에서 걸어서 갈수있다는뎅 했더니 절대 걸어가믄 안된다고 했다.

와 보니 알겠다.

나는 '베드로'라는것을 진절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ㅋㅋㅋ

그런데
지금도 의문이다
예전에는 왜 가능했고 지금은 불가능한가?

암튼 하룻밤자고 나면 썰물되고 물빠지면 바로 알것인데 시간이 없어 눈으로 확인할수없으니 나는 여전이 보고야 믿는 '토마스'다.

 하회탈 어머님께 추석용돈 드리고 사람좋은 임사장께 다음번 낚지와 겨울 숭어회를 약속받고  네시반 배를 탔다.

태풍도 빗나가고 집으로 향한 배안에서 오랫만에 소주 한 병에 맛동산 한 개를 먹으며 안좌도를 향하니 참 좋다.

바람도 좋고,
갈매기 조나난의 ' be '를  듣고 있자니 나도 설리반처럼 영원을 향해 떠나가는 듯하다.

내친구 진절이는 신안군 하의면 장병도에서 태어나 함평에서 공부했고 광주로와서 고등교육을 받더니 한양으로 유학가서 약간 헤메다가 갑자기 훌쩍 중국땅으로 건너가서 북경대학에서 조선인으로는 최초로 동양철학박사학위받는 행운아가 되었고, 하바드에서도 쬐끔 공부의 폭을 넓히다 다시 제나라로 와서 서강대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하더니 2000년이 지나면서 세상에 나와 노자와 장자 강의를 하고, 건명원을 만들어 새로운 인재를 찾는듯하다가, 이년전부터는 새말새몸짓 이라는 새로운 말을 지어내더니 함평에 기본학교를 지어 새로운 세상을 건너가고 있다.
그가 잘 건너가길 바란다.
그가 잘 건너가야 그의 제자들이 또 스스로의 길들을 잘 건너가게 될 터이니...

2021.9. 22.  달빛고운 새벽에  요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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