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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원장의 살림토크

살림이란 살리라는 명사입니다.(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2021년 봄,
관리자
조회수 : 1262021.06.09 16:29

이미지

2021년 봄,
남해바다도 봄볕을 즐기는듯 고요하고 찬란하기만하다.
제비똥처럼 앉아 있는 자그마한 섬들도 소박하고 할일이 없어진 작은 등대는 짧은 봄날햇살에 등을 내주고 잔잔한 바다는 햇살이 대신 바닷길을 내주고있었다.

길이 없는 길을 내어 가는 연락선은 지나간 길은 흔적마저도 바다에 맞긴채 뒤를 돌아보지않는다.

봄바다와 섬은 서로 어울리지않은 영혼의 불협화음이지만 함께 하는 하모니가 자연의 위대한 힘이 아닐까.
비금으로 향하는 선상에 앉아 스트라빈스키를 들었어야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스트라빈스키의 불협화음보다는 바다의 고요를 택하고 편한 음악으로 택하였다.

죠슈아벨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아름답고 차분하게 바람타고 귓전을 맴돈다.

이주 월요일 수술과 수술사이의 두시간을 급조하여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조조할인도 없는 텅빈 영화관 한중앙에 홀로 앉아 아름답고 슬프고 꽤 많은 어록에 남길만한, 요사이 흔치않은 이 흑백영화는 이백년전의 시공을 뛰어넘더니 오늘 이 바닷가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자산어보를 찾아보고 정약전을 찾다보니 천주교의 한국역사, 신해박해, 신유박해, 황서영의 백서사건.시파와 벽파, 다산정약용의 책들, 정조임금의 화성 끝없이 이어지는 역사의 기록들을 듣고 읽고 정리하고 하면서 드는 생각은 역사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고, 역사는 사람의 기억이나 기록으로 왜곡되어 전해질수도 있겠구나였다.
이백년의 기록도 그러한데 이천년전의 이야기들은 어떻했을까.
그래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의미로 이해하고 느낌을 키우고 의식의 수준에 맡기자로 내려놓는다.

용식이형이 소개한 `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다섯권의 책을 사고 서문을 읽은뒤,
나의 진한 호기심은 안에서 꿈틀거리고 현장확인 본능을 깨우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토요일 아침 8시반 광주를 출발하여 10시10분, 암태남강선착장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차부터 배속에 넣어 놓고 뱃표를 샀다.
10시 20분에 출항한 배는 남해바다를 미끄럼타더니 어느사이 사십분이 후딱지나 비금가산선착장에 도착하여 요나가 고래뱃속에서 나오듯 나와 나의 자동차를 뱃속에서 품어내고 비금에 도착했다.

도초도로 직행할까 비금을 돌아보고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약간 해가 가물어가는 때의 도초도초막집이 더 나을것같아 먼저 비금도를 한바퀴도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되어, 명사십리를 찍어본다.

아, 신지의 명사십리는 어디갔을까,
사람 한명없는 비금의 명사십리는 정말 길고 너른 바닷가에 풍력발전 세개만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가늘고 가는 모래를 바람에 날려본다.
손가락 사이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모래와 같은 것이 인생아닌가.

이 너른 바닷가 그리고 저멀리 홀로이 수평선에 떠있는 작은 섬이 가물거리고
봄볕은 따사롭다.

이순간이 살아있는 순간,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다.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갔지만, 모래를 쥐었던 그 손과 그 느낌은 온전히 내것이니까.

명사십리를 뒤로하고 하트해변으로 유명한 하누넘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담한 바닷가에 꽂꽂히 서있는 나무한그루가 인상깊었다. 새싹이 움틀기 직전의 애씀, 그 용트름은 여름의 그늘을 위함일까?
아담한 해변이 왠 하트해변?
쉬고 있는 개인택시기사어른에게 물으니 위로 올라가보면 보인다고 했다.
세여인이 시간차로 한번씩 물었어도 세번을 똑같이 성실하게 답변해주신 아저씨 자동차 가져와서 죄송해요.

꼬부랑 해변도로를 올라가니 조망대가 있고 아래쪽에 하트모양의 해변이 보인다.

`멀리보라,
위에서 보라
그러면 다른 것이 보인다.`

하누넘이라는 말은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바닷가, 거센 하늬바람이 넘어오는 언덕이라는 말이다.
거센 서풍이 이 재를 넘어 내월마을로 지나갔으리라.
마을 사람들은 이 바람을 막기위해 재의 산머리에 내월우슬을 쌓았다.

`우슬`의 어원은 `올실`, 마을의 울타리라는 뜻이다
하누넘해수욕장과 내월리 사이의 산등성이
높이 3미터,폭 1.5미터의 바위돌담장이 두개
20미터 45미터로 쌓여져 있었다.
요것이 바람을 막을수 있었을까 의문은 들었지만 막상 내려가보니 아주 든든한 바람 방패가 되었으리라 짐작이 갔다.

재를 넘어가니 아담한 내월마을의 소박한 돌담은 제주의 검은 돌담과 색만 다를뿐 바람의 세기는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모진 시간들을 견디어낸 돌담속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그들의 몫이다.
세파의 풍랑은 없었어도 일상의 삶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갔으리라.

우리도 그삶에 순응하기위해 고픈 배를 채워야했다.

오후 1시,
비금에서 도초도로 연륙교를 타고와서
선착장앞 돌고래회식당에서 싱싱한 자연산 우럭회를 초장에 찍어 먹는 기쁨이라니 ...

물고기에게는 미안하지만 니가 내속에 들어와 사람으로 환생할 것이니하고 생각을 즉시 바꾸어버리는 잔머리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매운탕으로 비린내를 없애고 집에서 가져간 드립커피까지 마시고나니 세상 부러울게 없구나.

배는 부르고 햇살은 뜨겁지 않은 봄날은 섬여행은 즐겁기만하다.
코로나로 외국여행을 못가는 나로서는 앞으로 섬기행으로 사시사철 이섬저섬을 댕겨볼까로 마음이 간다.
말도 잘 통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도 있고 히스토리도 있고 금상첨화가 따로 있지않다.
젊어서는 산으로, 나이가 들면 바다로.

다시 길은 시작되고, 하일라이트는 늘 마지막의 대미를 장식해야하니, 검색에서 찾은 시목해수욕장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여행의 참맛은 우연한 만남이 아닌가, 우리는 그곳에서 너무나 멋진 숲길을 만났다.
아~~ 우리나라 좋은 나라.
시목해변에 조성된 아름다운 솔나무 숲길이었다.
소나무잎이 떨어져 뿍신한 숲길에 떨어진 갈색의 솔방울들이 지난 겨울을 말해줄 뿐, 깨끗한 쑥들과 길옆에 자라난 맑은 연둣빛 풀들, 자그만 자줏빛 제비꽃들에 신선한 바람 그리고 솔나무 사이사이로 비추는 봄햇살 그 옆에 보이는 너른 바다와 백사장.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온다.

"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진달래가 반기는 언덕
깨어진 꿈 추억을 안고
오늘 나는 찾았네
내사랑아 그리운 너
종달새의 노래 싣고서



맑은 시내 봄그늘 안고,
어린 싹은 눈을 비빌때
그옛날의 아득한 모습
내맘에 새겨진다. ..."

https://youtu.be/6ukZ4BN9dRo

맑은 쑥을 캐고 단정하게 숨어 있던 고사리를 한껏 꺽어 손수건에 징근 매고 돌아오는 숲길은 생산의 기쁨까지 주었다.

이번 여행을 다시 내년 봄에 와야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게한 것은 오로지 고사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었다.
아니, 고사리였다.

이 글을 쓰는 동트는 아침에도 느껴지는 그 숲의 기억은 고사리를 보기만 해도 기억이 소환될만한 아름답고 풍요로운 추억이 될 것같다.

아름다운 숲길을 떠나 이제 촬영지의 초막에 갈 시간이다.
아직 영화가 개봉된지 일주일밖에 안되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소를 네비에 입력,

`전남 신안군 도초면 발매리 1067`

가보니 수국공원쪽이 있었고 멀리 뒷산언덕에 초막하나가 덩그러니 보였다.

참으로 촬영지만 찾으러다니는 전문인들이 있다더니 어떻게 산마루 저언덕에 집을 지을 생각을 했을꼬.
사람이 없는 덕에 좁은 길을 차로 끝까지 올라갔다.
나중사람들은 아마 걸어서 올라가야할듯.
초막에 홀로 앉아 툭트인 바닷가를 바라보니 태양이 내는 은빛바닷길이 보였다.

`상선약수`

온갖것이 다 가라않고 고요만이 내안을 채운다.
자산선생도 고독과 고통과 모든 회한을 이 바다를 보며 달관했을까.

누군가 그랬던가,
고통은 어려움과 슬픔안에 잠김이고 고난은 그것을 이겨내고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내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예수의 고난에 대해 생각해 보게된다.

자산선생이 이역만리 타향에서 고통을 고난으로 이겨낸 결과가 최초의 해양생물에 관한 책인 `자산어보`이고 문순득이 표류해 갔다온 오키나와 필리핀,중국의 이야기를 쓴 `표해시말`이였으며, 나라의 소나무정책을 비판한 `송정사의`로 남겨진거라고 본다.

주위로 산마루에 만들어진 좁은 길에서 창대와 월례가 만났을 것이다.
승선네도 이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 저녁거리를 들고 한양어른을 봉양하고 서로의 외로움을 함께 달랬으리라 짐작이 된다.

잠시 바웃돌에 앉아 눈을 감고 가물가물한 고요속에 머물러 있었다.

보이는 세상보다 더 넓은 저세상의 깊음속에 덩그러니 들어가는 것도 참 좋았다.
따스한 봄볕에 온몸을 맡기고 의식은 더 깊은 곳에 가있다.

`위무위,즉무불치`
(무위를 실천하면,다스려지지 않은 것이 없다)

`네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내눈동자처럼 사랑하라`

우주 저멀리에, 내안에 있는 이우주에 깊은 경의를 표하게 된다.

바다빛길을 뒤로하자니 아숩기도하지만 나에게는 가야할 길이 있으니 마음에 담아놓고 다시 비금가산선착장에 도착했다.

5시30분에 안좌로가는 뱃편으로 사십분을 보내니 다시 고래뱃속에서 나오게된다.

안좌도에서 천사대교까지 나오는 길에 황금빛 유채밭은 생각치못한 서프라이즈.
유채꽃향의 섹시함을 여러분께도 보낸다.

천사대교끝에서 오늘 분량의 일을 다마치고 떨어지는 낙조를 보며 또 다른 내일의 해오름을 기약하는 것이 부활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아파트에 들어서니 참으로 오랜 외국여행을 다녀온 것같은 낯섬이 있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다 읽고 나면, 나의 호기심은 우이도로 나를 이끌 것이다.
그리고
나의 섬사랑도 계속될 것이다.

참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https://youtu.be/2-cpw4XLbm8

2021.4.10
동트는 새벽햇살을 맞으며,
마리아 막달레나, 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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